[시사뉴스 이상미 기자]“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입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됐습니다.”
프란치스코(78)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강론에서“순교자들의 유산은 선의를 지닌 모든 형제자매들이 더욱 정의롭고 자유로우며 화해를 이루는 사회를 위해 서로 화합해 일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성경의 로마서 8장35절 말씀으로 강론을 시작한 교황은 “성 바오로는 이 구절을 통해, 예수님을 믿는 우리 신앙의 영광에 대해 말한다”면서 “그 신앙의 영광은, 그리스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당신과 결합시키시어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게 하셨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승리하셨고, 그분의 승리는 또한 우리의 승리입니다.”
“오늘 우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안에서 이뤄진 이러한 승리를 경축한다”면서 “이제 그분들의 이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의 이름 옆에 나란히 함께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 전에 저는 그분들에게 공경을 드렸습니다. 이 순교자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죽었습니다”라면서 “그리고 지금 그들은 환희와 영광 속에서 그리스도의 다스림에 함께 참여합니다”라고 전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승리를 우리에게 선사하셨음을, 순교자들은 성 바오로와 함께 증언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로마서 8장38절부터 39절까지 말씀인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를 인용하면서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는다”고 짚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처럼 성장하게 됐다고 봤다. “복자 바오로와 그 동료들을 오늘 기념해 경축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여명기, 바로 그 첫 순간들로 돌아가는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면서 “한국의 천주교인 여러분이 모두 하느님께서 이 땅에 이룩하신 위대한 일들을 기억하며, 여러분의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신앙과 애덕의 유산을 보화로 잘 간직하여 지켜나가라”고 촉구했다.
한국 땅에 닿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은 선교사들을 통해 전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민족,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지적 호기심과 종교적 진리의 탐구를 통해 촉발됐다”면서 “복음과 처음으로 만난 한국의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 진리로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기를, 그리고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주시기를 간청한다”면서 “그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시고 지켜 주시기를 간청할 때, 아버지께서 우리를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를 청하지 않으셨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세상으로 파견하시어 세상 안에서 거룩함과 진리의 누룩, 즉 땅의 소금과 세상의 빛이 되게 하셨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순교자들이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순교자들은 모범으로, 신앙생활에서 애덕의 중요성에 관한 가르침을 준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그들 증언의 순수성이었고, 세례 받은 모든 이가 동등한 존엄성을 지녔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마침내 당대의 엄격한 사회 구조에 맞서는 형제적 삶을 이루도록 그들을 인도했다”고 말했다. “이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중 계명을 분리하는 데 대한 그들의 거부였다”면서 “그리해서 그들은 형제들의 필요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막대한 부요 곁에서 매우 비참한 가난이 소리 없이 자라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들 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순교자들의 모범은 많은 것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속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어려움에 처한 형제자매들에게 뻗치는 도움의 손길로써 당신을 사랑하고 섬기라고 요구하시며, 그렇게 계속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는다면, 순교자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간직했던 그 숭고한 자유와 기쁨이 무엇인지 마침내 깨닫게 될 것이라는 것이 교황의 판단이다.
“나아가, 우리는 오늘의 이 경축을 통해 이 나라와 온 세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마음에 품고 기리고자 한다”면서 “특별히 지난 마지막 세기에,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쳤거나 그분의 이름 때문에 모진 박해 속에서 고통을 받아야만 했던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리며 기억합니다”고 전했다.
이날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고 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됐다”는 것이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와 더불어 모든 한국 순교자들의 기도를 통해 우리가 온갖 좋은 일과 믿음 안에서, 또 한결같이 거룩하고 순수한 마음과 사도적 열정 안에서 항구함의 은총을 받아,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부터 아시아 전역을 거쳐 마침내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증언하게 되기를 빕니다”라면서 강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