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다저스)이 자신의 영웅 박찬호(41)의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메이저리그(MLB)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쳐 시즌 13승째(5패)를 수확했다.
그는 전국구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팀내 다승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내셔널리그에서도 다승 공동 3위에 올라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평균자책점도 3.21로 끌어내렸다.
이에 아시아 최다승(124승) 투수 박찬호가 거둔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승(18승)과 '대만 특급' 왕치엔밍(34)이 2006·2007년 기록한 아시아 투수 한 시즌 최다승(19승) 경신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류현진은 후반기 마지막 경기를 시작으로 최근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 4승 무패로 분위기도 좋다. 후반기와 같은 페이스라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지난 4월 어깨 부상으로 24일간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면 '꿈의 20승'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22경기를 소화한 류현진이 올해 등판할 수 있는 경기는 9게임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6승 이상을 따내야만 박찬호를 넘어서는 동시에 왕치엔밍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18~19승은 다승왕도 넘볼 수 있는 수치다.
류현진은 제구력이 동반된 95마일(153㎞)짜리 직구에 신무기인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해 재미를 보고 있다. 비교적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이 직구와 슬라이더의 위력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며 진화해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점이 류현진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러나 빠듯한 일정 속에서 시즌 후반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다.
박찬호는 지난 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되도록 이른 시간에 류현진이 나의 기록을 넘어서길 바란다"며 "그 새로운 기록들이 또 다른 후배들에게 꿈과 목표가 되기를 바란다. 훌륭함이 또 다른 훌륭함을 낳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다저스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66승50패)를 독주해 팀 분위기도 류현진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다저스는 타선의 몰아치기와 안정된 수비력으로 류현진의 호투를 거들었다.
다만 다저스의 불펜진이 줄부상으로 이탈한데다가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 지칫 류현진의 승수사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