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가 차기 국가대표 사령탑 후보로 접촉한 첫 번째 인물은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62) 전 함부르크 감독으로 드러났다.
이용수(55) 기술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 협상을 벌이기 위해 지난 5일 새벽 축구협회 김동대(64) 부회장과 전한진(44) 국제팀장과 함께 비밀리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다.
이 사실이 뒤늦게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가대표 새 사령탑과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졌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유력하다는 내용이 지배적인 가운데 마틴 욜(58·네덜란드), 프랑크 레이카르트(52·네덜란드), 닐 레논(43·잉글랜드)도 후보로 거론됐다. 해외 언론들이 꼽은 후보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 누구와 가장 먼저 협상을 벌일 것인가, 협상 방식은 어떻게 되나 등등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1박2일 간의 짧은 협상 일정을 두고서도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 합의를 마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1박2일 간의 짧은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이용수 위원장은 예민한 협상 내용을 제외하고, 그동안 쌓여있던 궁금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협상 대상과 일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는 "기술위에서 대표팀 감독 조건으로 여러 가지 조건을 선정했는데, (차기 감독 협상에 있어)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면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판 마르베이크 감독만 만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2~3순위 후보군으로 거론된 감독을 만나고 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위워장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과의 협상 일정이 빨리 잡힌 경향도 있었고, 2~3번 째 감독과 사전에 일정을 잡지 못해서 급하게 판 마르베이크 감독만을 만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그동안 이용수 위원장 아래 새로 출범한 기술위원회를 열고 차기 대표팀 사령탑의 명확한 조건을 내걸었다.
▲아시안컵을 포함한 대륙별 대회(유럽선수권·코파 아메리카 등)를 지휘한 경험이 있는 지도자 ▲월드컵 지역 예선을 홈&어웨이 형태로 진행해 본 지도자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과를 낸 지도자 ▲클럽을 지도했던 지도자 ▲교육자로서의 인성을 갖춘 자 ▲66세 이하의 지도자 ▲영어 구사 능력을 갖춘 자 ▲지금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도자 등이었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은 위 조건들에 가장 부합했다. 물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직에서 떠나는 과정에서 인성 문제 등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객관적인 측면에서 협회가 내건 조건 안에서는 그를 따라올 감독이 드물다.
이용수 위원장은 "그동안 만들어낸 결과와 경험면에서 보면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다른 두 분의 감독보다 뛰어났다"면서 "월드컵에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는 부분, 유럽에서 클럽팀을 지휘하면서 경기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부분이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중 가장 월드컵에서의 성과가 가장 화려했다.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봉을 잡고 결승까지 이끌었다. 비록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0-1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지역예선부터 토너먼트 마지막 경기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을 지휘했다.
유로2008 직후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그는 2012년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2) 본선 진출을 위한 유럽 지역 예선을 이끈 경험이 있다.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쓰며 3전 전패로 탈락한 부분은 아쉽다.
1998년 네덜란드 클럽 포르투나 시타르트에서 클럽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판 마르베이크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2000~2004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2004~2006년), 함부르크(2013~2014년) 등 유럽 주요 클럽을 두루 경험했다.
본인의 한국 대표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수 위원장은 "생각보다는 한국 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적어도 우리 선수들에 대한 브라질월드컵 경기 내용과 몇몇 선수들에 대한 이름 관심을 표명하면서 한국대표팀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심이 높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나머지 후보군을 살펴봐도 축구협회는 네덜란드 출신 감독들에게 관심이 많다. 레이카르트와 욜 감독 역시 네덜란드 출신이다.
한국은 그 이전에도 네덜란드 감독과 깊은 연을 맺어왔다. 판 마르베이크 감독이 사령탑으로 확정되면 5번째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 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68) 감독을 시작으로 조 본프레레(68·2004~2005년), 2006년 독일월드컵을 이끈 딕 아드보카트(67), 2007년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핌 베어백(58)까지 앞서 4명이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네덜란드는 변화에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남아공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우승컵을 내준 네덜란드는 모두가 스페인식 패싱 축구인 '티키타카'를 따라할 때 반대로 스페인을 잡는 방법을 고민했다.
루이스 판 할(63) 감독 체제로 출전한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는 4-4-2와 4-3-3 등 포백 시스템을 버리고 스리백 전술을 사용해 반향을 일으켰다.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5-1로 대파하며 파란을 일으킨 것도 스리백에 기반한 빠른 역습에 의한 것이었다.
네덜란드는 비록 원하던 우승컵을 품지 못했지만 깊은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4강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