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캐나다에서 개막된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북한을 응원하던 미주동포응원단이 국제축구연맹(FIFA) 측의 제지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한과 핀란드와의 경기 도중 통일기를 흔들고 한반도 지도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동포들이 정치 행위를 금지한 FIFA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지돼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경기장엔 토론토는 물론,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의 동포 100여명이 모여 북한팀을 응원했다. 이들은 대부분 재미동포전국연합회측이 미리 준비한 셔츠를 입고 응원을 했다. 셔츠 앞면에는 상단에 ‘One Korea’, 하단에 ‘조선은 하나다’라는 한글이 써 있고 가운데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졌다. 또 뒷면에는 한반도기(통일)가 있고 한반도기 안에 6·15공동선언문이 새겨져 있었다.
한반도 티셔츠는 많은 외국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재미동포연합회 측은 “외국인들이 응원 셔츠를 파는 것인가, 얼마인가 물으며 입고 싶어 하기도 했다. 특히 경기장 입구에서 입장표를 확인하는 직원들이 얻을 수 있는가 물어봐 2명의 여성과 1명의 남성에게 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했다”고 전했다.
한반도기와 북한의 인공기는 캐나다 동포들이 준비한 것으로 응원단은 남북 화합과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기를 더 많이 흔드는 모습이었다. 소수였지만 열렬히 응원을 펼친 동포들의 성원에 북한팀은 포워드 김소향(18, 169㎝)과 미드필더 최윤경(18, 160㎝)의 연속골로 한 골을 만회한 핀란드에게 2-1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응원 도중 FIFA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응원단이 착용한 셔츠의 문구가 정치적이므로 벗을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관람석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동포들은 “티셔츠 문구는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바라는 뜻이고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다.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가 난 동포들은 항의의 표시로 셔츠를 뒤집어 입고 응원 구호를 더욱 힘차게 외쳤다. 이 관계자는 잠시 후 다시 와서 ‘한반도기’도 흔들면 안된다고 경고해 동포들을 당혹케 했다.
이들은 “우리 민족이 분단으로 인해 남과 북으로 갈라져 경기하는 것이 가슴 아파 함께 통일하자고 구호를 외치는데 이것이 FIFA의 제재를 받아야 할만큼 그렇게 나쁜 것이냐”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한 동포는 “국제경기는 친선을 도모하고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인데 남과 북이 하나 되길 바라는 응원을 가로막는 처사는 분명 모순이 있다. 오히려 FIFA 관계자가 우리 동포들의 응원을 격려하고 지지를 보냈다면 국제경기 취지에 맞는 행동이라고 칭찬을 받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핀란드는 대회 개막 2주 전에 도착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도착 4일만에 첫 경기를 가져 시차적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여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입증했다. 2차전은 8일 가나와 같은 경기장에서 갖는다.
한편 일부 동포들은 경기 후 북한팀이 머무는 호텔에 가서 도착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뉴저지에서 응원을 간 김수복씨는 “이번 선수들이 바로 북이 가장 어려운 1994년 이후 출생한 청년들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영양도 좋지 않을 때에 태어난 선수들이어서 투혼에 감동받았다. 키가 크고 체격좋은 핀란드 선수들을 잘 요리하는 것을 보니 어려움을 뚫고 살아가는 우리 민족임을 과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