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아르헨티나가 미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타결에 실패해 13년만에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향후 국제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고 아르헨티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에 나선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채권단의 요구는 너무 탐욕스러운 것이어서 아르헨티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30일 자정까지이던 협상 마감 시한은 아무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지나갔다. 키실로프 장관은 채권단이 아르헨티나가 제시한 타협안을 거부했다고 말했지만 타협안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키실로프는 기자회견에서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위험하게 하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며 "아르헨티나는 31일이 되어도 별 일이 없을 것이며 세계는 여전히 굴러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법원에 의해 중재자로 지명된 대니얼 폴락은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짐으로써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른 채권자들과 이미 경기침체에 빠진데다 달러 부족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는 아르헨티나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락은 디폴트에 따른 전체적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긍정적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이 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5년과 2010년 아르헨티나의 채무 재편에 동의, 이번 협상에 참가하지 않은 여타 채권단들에 대한 이자 5억3900만 달러를 30일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미 법원의 판결로 이도 봉쇄됐었다.
아르헨티나의 채무 재편에 동의하지 않아 미 법원으로부터 채권 전액과 이자까지 합쳐 15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상환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미 헤지펀드 회사들은 아직 아르헨티나와의 협상 결렬에 대해 어떤 논평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키실로프 장관은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이날 아르헨티나가 5억39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데 따라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면서 '선택적 디폴트'를 선언한데 대해 "누가 신용평가회사를 믿는가? 그들이 금융시장에서 공정한 심판자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며 일축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헤지펀드 채권단들을 탐욕스러운 독수리라고 비난하며 협상을 거부해 왔었다.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을 때 뉴욕의 억만장자 폴 싱거의 NML 캐피털이 이끄는 몇몇 채권단은 아르헨티나에 대한 채무 재편을 거부하고 아르헨티나가 채무 전액을 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채권을 돌려받기 위해 가나 법원으로부터 아르헨티나 전함에 대한 압류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아르헨티나는 첫 디폴트 이후 국제 신용시장에 복귀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에 대한 채무를 상환하고 지난 5월에는 파리클럽 채권국들과 2001년 이후 상환하지 못한 97억 달러의 채무 변제 계획에 동의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또다시 디폴트를 맞게 됨으로써 이 같은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본부를 둔 컨설털트사 이코노메트리카의 라미로 카스티네이라는 "이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여겼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셰일 원유와 가스 매장량을 가진 아르헨티나로서는 법원의 명령을 받아들여 셰일 원유와 가스 개발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2번째 디폴트에 빠지기는 했지만 이를 원상태로 되돌려놓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아르헨티나가 30일까지 상환하지 못한 15억 달러에 대한 이자 지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며칠 이내에 디폴트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 마우로 로카 연구원은 지적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고위 은행 관계자와 전 경제장관이 분쟁 해결을 위해 뉴욕에 추가로 도착했다.
로카 연구원은 아르헨티나가 채무 재편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채권단과의 합의에 곧 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아르헨티나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르헨티나 은행들이 채무 재편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이 곧 채권단에 제안될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한 아르헨티나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