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31일 오전부터 사흘째 계속됐다.
'자수=선처' 방침을 밝혔던 검찰은 양씨가 자수했지만 유씨 일가 사건의 중요 인물임을 고려, 여전히 구속영장 청구를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양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자수해 이틀 간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전날 밤 늦게 귀가한 양씨는 이날 오전 8시경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출석했다.
양씨는 취재진을 피해 검찰로부터 소환 통보받은 시각보다 2시간가량 일찍 출석해 10층 특수팀 조사실로 향했다.
전날 양씨가 석방되는 과정에서 양씨를 데리고 가기 위해 인천지검을 찾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4명과 취재진이 뒤엉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양씨가 1층 인천지검 청사에서 나오자 미리 대기시켜 놓은 승합차에 태우려고 양씨의 몸을 감싸는 등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검찰수사관, 신도들의 언성이 높아지며 잠시 소란이 빚어졌다.
검찰은 체포영장의 만료시간을 앞두고 전날 양씨를 일단 석방했지만 여전히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가 자수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과 경찰의 금수원 압수수색이 부실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게 검찰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8시 검찰에 자수한 양씨의 체포영장 만료 시한(48시간)은 31일 오전 8시였다.
또 이와는 달리 양씨보다 하루 먼저 자수한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여)씨와 양씨 부인 유희자(52)씨에 대해서는 큰 고민 없이 곧바로 당일 조사 뒤 석방한 것과는 모양새가 다르다.
검찰은 지난 25일 "유병언(전)세모그룹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처벌가치가 떨어진다"며 양씨를 비롯해 김씨와 유씨 등이 이달 안에 자수하면 불구속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 또한 검찰 조사에서 "선처해 준다는 TV뉴스를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햇볕정책'이 사실상 핵심 도피 조력자들의 자수를 이끈 것이다.
그러나 양씨를 바라보는 검찰 측 표정은 김씨 등에게 대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양씨는 자수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11∼12일 검찰과 경찰이 금수원 압수수색 당시 "자재창고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검경이 연인원 1만명을 동원하고도 금수원을 부실하게 압수수색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검찰은 이미 5월 25일 순천 별장 '숲속의 추억' 압수수색 당시 별장 내 비밀공간에 숨어 있던 유씨를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양씨가 비록 자수했지만 검찰이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구속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자수한 도피 조력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힐 당시 조건을 내걸었다. 유씨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에 대해서만 선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이틀간 조사에서 범인도피 및 은닉 혐의 외 양씨의 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검찰은 일단 양씨를 체포영장 만료 시한 전에 돌려보냈다. 검찰도 이미 공언한 약속을 지켰다는 모양새는 갖췄다.
그러나 이날 추가 조사 이후 적절한 시점에 양씨에 대한 추가 혐의를 찾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 검찰 입장에서는 양씨와 김씨가 동시에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경우 유씨의 도피 경위와 경로 등에 대해 사전에 서로 '입을 맞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양씨를 계속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하겠다고 확실하게 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