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30일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를 이틀째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양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해 조사 중이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의 ‘발’로 불리는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운전기사, 은신처 마련, 수사 동향 전달 등의 역할을 담당하며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도 양씨를 15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양씨에 대해 조사할 부분이 많은 점을 고려해 석방하지 않고 인천구치소에 입감한 뒤 이날 오전 조사를 재개했다.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1999년 금수원으로 자리를 옮겨 목수 일을 하면서 유 전 회장과 가까워졌다”며 “구원파 신도로 처음 만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양씨를 상대로 도피를 도운 경위, 도주 경로 및 은신처, 유 전 회장과 마지막으로 연락한 시점과 횟수, 추가 조력자 존재 여부 등을 조사했다.
특히 지난 5월3일 경기 안성 소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집에 있던 유 전 회장을 벤틀리 승용차에 태워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한 경위, 같은달 25일 새벽 구원파 총본산인 안성 금수원 인근의 ‘야망연수원’에서 홀로 빠져나온 이유, 연수원을 나온 뒤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차량을 버려둔 채 다시 금수원으로 돌아간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양씨의 진술은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유 전 회장을 5월24일 순천 별장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며“연수원을 빠져나온 5월25일 오후 금수원에서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59·여)씨를 만났지만 유 전 회장의 도피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수원에서 만난 ‘김엄마’와 함께 유 전 회장을 구하기 위해 순천으로 다시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또 양씨는 5월24일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후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았으며, 그의 사망 원인이나 마지막 행적 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검찰은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며 이날 오후 늦게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씨에 대한 체포 시한은 오는 31일 오전 8시까지다. 앞서 검찰은 양씨에 대해“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검찰은 지난 28일 자수한 일명 ‘김엄마’ 김씨는 소환하지 않았다. 김씨는 당일 장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한 데 이어 지난 29일에도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유 전 회장이 도피 당시 평소와 달리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는 유 전 회장이 지난달 12일 순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던 당시 그의 곁에 놓여 있던 천가방이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씨가 자신의 것이라고 진술한 가방은 구원파 설교집 제목인 '꿈같은 사랑'이 새겨진 가방으로 가방 안에서 육포, 콩, 스쿠알렌 등이 발견된 바 있다.
김씨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지원한 조력자 중 핵심 인물로서,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체포된 이후 금수원에 머무르며 도주 작전을 총지휘한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
하지만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금수원 식품팀에서 유기농식품 개발을 담당하며 유 전 회장의 음식을 전담했다’며 금수원 내에서 도피총책으로 지목된 자신의 역할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유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이나 마지막 행적 등에 대해서는 양씨와 마찬가지로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조사내용을 분석하는 동시에 재소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양씨와의 대질신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