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강도 높은 제재안 카드를 꺼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 대외무역은행(VTB), 모스크바은행, 러시아농업은행 등 러시아 국유은행 3곳에 대한 미국인의 신규 금융 거래를 중단시킨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국영조선사(USC)도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등 새로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제재안 발표 전까지 러시아가 1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더 고립시킨 날"이라며 "이 같은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어도 됐다. 이는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린 결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에너지 분야 관련 특정 상품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고, 금융권과 방위산업체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개발프로젝트를 위한 신용 공여 제공 및 금융 지원도 공식 중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이 러시아와의 신냉전 체제에 들어갔다는 의견에는 반박했지만 "러시아 정부에 대한 (서방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점증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도 높은 수위의 제재안을 발표하며 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미국과 EU가 같은날 제재안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 28개 회원국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한 후 금융과 방위, 에너지 등 러시아 경제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 제재안에 합의했다.
EU의 이번 제재는 ▲ 금융 거래 제한 ▲ 신규 무기 거래 금지 ▲ 석유 분야 기술 제휴 제한 ▲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 제휴 제한 등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이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결정했고, 에너지 탐사 등 민간 산업과 군사 부문에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 수출이 금지됐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상임의장과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안 조장이 용납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300명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이 사망했다"며 "이로 인해 시급하고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는 서방의 이번 제재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의 이번 USC 제재는 러시아의 해군 함선 건조 능력이 미국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러시아 중앙은행은 서방의 제재에 포함된 은행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예금자 및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