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영토 분쟁, 역사 문제 등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 유력 언론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일본은 적이나 친구로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복잡한 나라"라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29일 신문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평론 기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환추스바오는 그동안 일본과의 무력 충돌을 불사하면서도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입장을 전달한 매체로, 이런 주장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최근 일본 정부관광국(JNTO)이 올 상반기 자료를 공개한 가운데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중·일 관계 악화에도 88.2%나 증가해 100만9200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양국 정부 간 외교 관계와 민간 교류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일 뿐만아니라 이 같은 관광 당국 통계 수치가 보여준 중국 일반 국민의 태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중국 언론이 최근 대일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종종 시사하면서 중국이 일본을 증오하는 느낌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있지만 중국인의 태도는 매우 다원화돼 있고, 국가 간 정치·외교 관계가 모든 것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현 아베 정부는 일본 내 일부분 허장성세하는 민족주의 세력을 대표한다면서 이런 정부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까지 추가되면서 중국인은 일본을 좋아할 이유가 없고, 사실상 중국 사회는 일본과의 장기적인 대립 관계를 유지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인은 일본의 현대화 성과에 호감을 느끼고 있으며 아베 정권에 대한 혐오는 일본에 대한 중국인의 전반적인 감정을 바꿔놓지 않았다"면서 "특히 지식층을 중심으로 중국인은 환경 오염 대처, 자원 부족 극복, 식품 안전, 사회 질서, 국민 자질 등 면에서 모범을 보여준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은 지속적으로 배워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으며 이는 양국 마찰이 커질 때에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단, 중국의 해와 관광 증가로 올 상반기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가 크게 는 것은 사실이지만 월별 통계 수치를 보면 양국 관계 악화로 꾸준히 그 숫자가 줄고 있다며 이는 중국 방문객이 다른 국가로 몰릴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 방문객 역시 축소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문은 중국이 굴기(堀起)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복잡한 요소로 구성된 상대라면서 "일본 여론의 조장으로 중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은 더 악화되고, 양국 분위기도 더 나빠졌지만 어쩌면 중국 사회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끝내기 위해 일본 사회를 향해 먼저 다가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언론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