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청=박용근 기자]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무렵에 양회정(56·사진·공개수배)씨가 부인 유희자(52·여)씨뿐 아니라 ‘도피총책’ 김명숙(59·여·일명 '김엄마')씨와 연락이 단절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유씨와 김엄마는 이날 자수 직후 검찰에서 “5월27일 또는 28일 금수원을 떠난 이후 (양씨와)연락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인 양씨가 지난 5월25일 새벽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에 유 전 회장을 남겨둔 채 황급히 홀로 빠져 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이 양씨를 공개수하면서도 자수를 조건으로 회유책('불구속 수사')을 쓸 만큼 신병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유 전 회장이 사망하기 직전 곁을 지킨 몇 안 되는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은 지난 5월25일 밤 9시30분부터 두 시간여 동안 이뤄진 검찰의 별장 수색 당시 2층 통나무 벽 안에 몸을 숨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수색이 끝난 뒤 유 전 회장이 홀로 도주를 감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고령인데다 지병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조력자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검찰은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양씨의 행적은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양씨는 별장 인근에 위치한 '야망연수원'을 황급히 빠져나와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도주차량으로 쓰인 EF쏘나타 챠량 1대를 버린 채 달아났다. 당시 발을 절뚝 거리고 유 전 회장 행세를 하며 검찰을 교란했다.
양씨는 당시 전주에 살고 있는 처제 등에게 숲속에 남겨진 유 전 회장을 구하러 가자고 설득했지만 거절당하자 금수원으로 보귀했다. 이후 얼마 안 돼 금수원을 빠져 나온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의 개인비서인 신모(33·여·구속기소)씨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5월25일 밤 늦게까지 별장에 은신하고 있었다. 당일 새벽 유 전 회장을 별장이 아닌 숲 한가운데 남겨두고 왔다며 지원을 요청한 양씨의 행동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수사 중반에는 양씨가 금수원 안에서 유 전 회장의 도주 작전을 총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김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수시로 도피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엄마는 양씨와 통화한 사실을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
또 양씨의 부인인 유희자씨 역시 5월27~28일께 금수원을 나온 이후로는 남편과 연락이 닿지 않아 행적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이 별장을 빠져나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과 양씨가 지인 또는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시점이 공교롭게도 맞물린다. 이를 놓고 양씨가 유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주목받는 인물인 점을 들어 사망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거나 사인을 풀어줄 만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다.
유씨와 김씨가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양씨와 선을 긋는 전략적 판단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만약 양씨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은둔 중이라면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련한 의혹이 짙어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양씨가 수도권 지역 등에서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