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 2명이 검찰에 자수했다.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가 검찰에 자수한 건 '신엄마' 신명희(64·여·구속기소)씨에 이어 두 번째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28일 유 전 회장의 도피에 관여한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여)씨와 양회정(56)씨의 부인 유희자(52)씨가 자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 2명은 이날 오전 6시께 인천지검 당직실로 전화를 걸어와 자수 의사를 밝힌 뒤 오전 8시30분께 인천지검으로 출석해 직접 자수했다.
김씨와 유씨는 범인도피·은닉 혐의를 받고 있으며, 체포영장과 함께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김씨는 유 전 회장의 도주 작전을 총괄 지휘하며 도피를 적극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원파 내 평신도어머니회 간부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씨는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구속되자 금수원 안에서 전체 상황을 컨트롤하며 도주 작전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회장의 은신처 마련과 보좌인력 지원, 검경 동향 파악, 도피자금 지원 등을 주도하며 유 전 회장의 도피 생활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 6월11일 금수원 2차 압수수색 직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하이패스 카드와 신분증 등을 확보해 소재를 추적해왔다.
유씨는 남편인 양씨와 함께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본산인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의 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을 태운 차량을 운전하며 경기 안성 금수원에서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으로 은신처를 옮겼지만 지난 5월25일 검찰의 급습이 있기 전 유 전 회장과 헤어졌다.
양씨는 5월29일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유 전 회장의 도주차량으로 의심되는 EF쏘나타 챠량을 버린 뒤 행적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처제 등에게 숲속에 남겨진 유 전 회장을 구하러 가자고 설득했지만 거절당하자 금수원으로 잠입한 뒤 다시 빠져 나와 수도권 지역에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양씨 부부가 유 전 회장의 도주 차량을 운전하거나 도피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등 도피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와 유씨에 대해 자수를 하게 된 이유와 도주 경로, 다른 수배자의 소재지 등을 확인한 뒤 금명간 석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유씨가 자수한 만큼 남편 양씨도 조만간 자수 의사를 밝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5일 유 전 회장 부자(父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양회정씨와 김명숙씨, 박수경(34·여·체포)씨에 대해 이달 말까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