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이후 그의 자녀들 중 장남 대균(44)씨에게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27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대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대균씨의 도피를 돕다 함께 체포된 박수경(34·여)씨와 하모(35·여)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대균,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원 가로채
대균씨는 세모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료와 경영자문료 명목 등으로 99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고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여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대균씨는 유 전 회장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으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지배하는 ㈜아이원아이홀딩스를 비롯해 다판다, 트라이곤코리아, 한국제약의 대주주이다.
검찰 등에 따르면 대균씨는 송국빈(62·구속기소) 다판다 대표이사와 공모해 200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매달 매출액의 0.75%씩 상표권 수수료로 18억8400만여원을 지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07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신이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700만원씩 5억3200만원을 지급받도록 해 다른 계열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5일 오후 7시께 경기 용인시 한 오피스텔에서 대균씨와 함께 체포된 박씨는 모친인 '신엄마' 신명희(64·구속기소)씨의 지시로 대균씨 도피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의 여동생인 하씨는 자신이 사용하던 오피스텔을 비워주고 음식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균씨의 경우 청해진해운과 관계회사에 관한 횡령·배임 액수가 커 혐의가 중하고 장기간 도피하는 등 죄질이 나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중요 피의자를 도피 시작단계부터 검거시까지 조력해 오는 등 사안이 중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하씨도 자신의 오피스텔에 두사람을 오랫동안 은신토록 해주고 음식물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도피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28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유대균, 금품수수는 인정…혐의는 부인”
대균씨와 박씨는 지난 25일 7시께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G오피스텔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인천지검으로 압송된 뒤 심야 조사를 받고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이후 검찰은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이들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또다른 조력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4월21일 하씨의 오피스텔에 갈 당시 이미 구속된 운전기사 고모씨와 하씨의 오빠도 동행한 사실이 확인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균씨 등은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균씨는 청해진해운과 다른 계열사로부터 상표권료 등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정당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 길 먼 유 전 회장 일가 수사
한편 유 전 회장 일가 검거와 관련해 경찰과의 어긋난 공조로 비판을 받은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경찰에 감사를 표했다.
김회종 2차장검사는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중대 피의자들을 경찰에서 여러 기법을 총동원해 검거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남은 피의자 검거에 대한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양회정(55,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씨와 일명 김엄마(58·여)도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은 일가·친척에 대한 수사는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미국에서 도피·잠적한 유 전 회장 차남 유혁기(42)씨의 행적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혁기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잠적한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 등도 검거 대상이지만 이들의 소재 또한 오리무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한 소재를 최대한 신속히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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