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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보이첵', 뮤지컬로 나왔다…세계최초로 우리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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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독일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1813~1837)의 '보이체크'는 부조리극의 시초로 통한다. 무대 공연 사상 처음으로 '밑바닥' 인생인 프롤레타리아트(무산계급)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몹시 가난한 탓에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하는 병사 '보이체크'가 주인공이다. 군의관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은 그는 삶을 소모 당한다.

군악대장은 보이첵의 아내 '마리'에게 눈독을 들인다. 그는 가짜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그녀의 환심을 사고, 보이첵에게 행해지는 실험을 멈춰주겠다고 유혹한다. 군악대장에게 설득당한 마리는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던 보이첵은 중대장을 통해 마리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시시각각 덮쳐오는 환상과 환청 속에서 점점 미쳐가는 보이첵은 마리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어둡고 처참하며 비극적이다.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강한 뮤지컬에는 어울리지 않았고, 그간 이 장르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LG아트센터와 '명성황후'·'영웅'의 윤호진(66) 연출이 이끄는 에이콤 인터내셔널이 공동제작하는 뮤지컬 '보이첵'은 그래서 '세계 최초'로 '보이체크'를 뮤지컬로 옮겼다고 내세웠다.

윤 연출은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명성황후', '영웅' 등을 해외에서 공연하면서 무엇인가 (더) 보편성 있는 작품을 세계 시장에 내놓고 싶었다"고 밝혔다. "70년대에 연극을 시작했어요. 당시 독일 극단이 드라마센터로 왔습니다. '보이체크'를 가지고 왔는데 인상적이었죠. 언제가는 '보이체크'를 연극으로 연출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후 여러 나라에서 연극 '보이체크'를 봤는데 처절한 주인공의 아픔을 대사로 표현하는 것이 아쉽다는 판단이 들었다. "갈등과 아픔이 음악으로 연결된다면 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거라 생각했죠. 찾아봤더니 오페라로는 있는데 뮤지컬은 없더라고요. 로버트 윌슨이 음악극으로 만들었는데 실험적이라 대중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웠고요. 그걸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죠."

뮤지컬은 심각하더라도 '보는 재미'를 줘야 한다. "성찰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공연이라 재미가 없으면 안 됩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재미를 어떻게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2005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2008년 5월 첫 번째 워크숍 공연 이후 수 차례 수정 과정을 거쳐 2012년 6월29일 영국 런던의 채링 크로스 극장에서 '루비 목걸이'라는 제목으로 2차 워크숍 공연을 열었다. 세계 시장 공략에 앞서 한국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이기 위해 영어 원작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잉로인즈'가 극본과 작곡을 맡았다. 영국에서도 무명에 가까운 인디 밴드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퍼브에서 노래를 부르는, 전형적인 노동계층 멤버들로 구성됐다.

소설과 시집을 발표할 정도로 문학적 재능을 보유한 밴드의 리더 크리스 브로더릭이 '보이첵'과 '마리'의 비극적인 헌신과 사랑을 중심으로 한 대본을 집필했다. 밴드의 또 다른 멤버 롭 셰퍼드는 브로더릭과 함께 서정적인 음악을 완성했다.

윤 연출이 작곡가를 지명한 것이 아니다. "영국 프로덕션과 지원자를 받았는데 싱잉로인즈에 끌리더라고요. 학력도 중졸이고, 악보도 못 그립니다. 코드만 알아요. 장소영 음악감독이 애를 먹고 있죠. 그런데 선정한 이유는 보이체크 같은 인물이에요. 딸하고만 살고 있고."

장소영 음악감독은 "눈이 안 보이면 오히려 다른 감각이 발달한 것처럼 '싱잉로인즈'가 음악적으로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날것의 감각으로 다른 표현력이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넘버는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흐름이지만 어둡지만은 않다. 윤 연출은 "밝은 부분도 있고 코믹한 부분도 있다"고 알렸다. "영국에서는 소극장으로 편곡돼 이번에는 새로 편곡을 했다"고 말했다.

장 음악감독은 "음악이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너무 담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감정을 소화하는데 보탬이 되는 듯하다"면서 "다른 뮤지컬보다 미니멀한 점이 특징이다. 실내악 같은 느낌이다. 인간의 모순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생체 실험으로 서서히 황폐해가던 중 아내의 부정으로 파멸의 길을 걷는 보이첵 역에는 뮤지컬배우 김다현과 김수용이 더블캐스팅됐다. 김다현은 전형적인 '꽃미남' 배우, 김수용은 감정표현이 좋은 배우로 이미지가 상반된다. 윤 연출은 "보이첵은 정말 찌질한 캐릭터입니다. 그래도 남 보기에는 괜찮아보여야 하기 때문에 김다현을 선택했죠. 김수용은 본인 입으로도 말했지만 남들이 동정하고 싶은 캐릭터이고요. 상반된 재미가 있을 겁니다"라고 전했다.

무대는 윤 연출과 '영웅' '명성황후' '몽유도원도'에서 호흡을 맞춘 박동우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그는 "유럽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180년 후에 대한민국 서울에서 공연하게 됐는데,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LG아트센터가 2000년 개관 14년 만에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하는 뮤지컬이다. 정창훈 대표는 "좋은 극장이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면서 "뮤지컬 외에 다른 장르를 제작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보이첵' 역시 그러할 거라 믿어 제작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마리 역은 지난해 브로드웨이 '미스 사이공' 공연의 '지지' 역으로 발탁된 김소향이 맡는다.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은 뮤지컬배우 김법래가 연기한다.

10월9일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한다. 11월8일까지 볼 수 있다. 이후 영국과 독일에서 현지 언어로 선보일 예정이다. 안무 이란영, 조명 디자인 고희선.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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