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KBS PD협회가 길환영(60)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23일 하루 프로그램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라디오를 포함, 140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 590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했다. 무기한 제작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KBS 기자협회에 이어 PD협회가 제작 거부에 들어감에 따라, 보도 프로그램에 이어 라디오와 예능, 드라마 등 일부 프로그램의 제작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노조의 사퇴 요구를 PD 출신 사장에 대한 기자들의 직종 이기주의라는 주장을 펼쳤던 길 사장의 명분도 약화됐다.
PD협회는 “길 사장이 온갖 변명과 'PD 출신 사장' 운운할 때는 PD사장이 부끄러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제작 거부에는 KBS 방송 프로그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심의하는 PD 심의위원 13명도 뜻을 함께하고 있다. 앞서 PD협회는 길 사장을 협회에서 제명한 바 있다.
KBS 노동조합·전국언론인노동조합 KBS본부 등 양대 노조도 투쟁 수위를 높여가며 길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PD·기자·경영·기술인·촬영감독 협회 등과 함께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 사장의 퇴진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PD협회는 “현재까지 길환영 사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보직을 사퇴한 부장 팀장 등 간부들이 270명을 넘어섰다”며 “뉴스 뿐 아니라 프로그램 등이 결방되는 사상 초유의 방송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뉴스와 인사 개입 등으로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커져가는 중에도 청와대는 일체의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며 "길환영 사장은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임창건(55) 전 보도본부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길 사장과 나눴던 대화 발언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면담 자리에서 길 사장은 '뉴스가 멈추는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길 사장은 “뉴스가 멈춰도 된다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양대 노조는 총파업 찬반 투표도 진행 중이다. 기자·PD 등을 중심으로 모두 12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KBS본부 노조는 21일부터 벌인 투표를 이날 오후 7시 마감한다. 투표 결과를 두고 비대위회의를 개최, 향후 일정 등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기술직군 중심으로 2600여명 조합원이 소속된 KBS 노동조합은 27일까지 투표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