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자리가 빈지 두 달을 넘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공석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어 재계 총수들이 회장직 제안에 손사레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경제계에 따르면 경총은 최근 회장단에 포함되지 않은 총수들까지 포함해 대기업 회장급 인사들을 접촉했다. 하지만 경총을 이끌어 달라는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인물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총수들은 경총이 노사 문제를 주로 다루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통상임금 협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후속 절차 등 대형 이슈들이 많아 경총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짝수해인 탓에 기업별 임단 협상도 몰려 있다. 당장 국내 단일노조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회사간 임단협이 이달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사안들을 처리할 때 경총의 수장은 악역을 도맡게 마련이다. 정부에 쓴소리를 해야하는 것은 물론 재계와 노동계의 줄다리기 과정에서도 앞에 나서야 하는 자리다. 때로는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물밑 협상을 벌여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다 보니 경총이 한동안 새 회장을 뽑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경총 회장직은 지난 2월27일 이희범 전 회장이 회사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연임을 고사한 뒤 2개월 넘게 비어 있는 상태다. 당시에도 경총은 후임 회장을 선임하기 위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장단 중 이장한 종근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등에게 경총 회장직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지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경총 회장은 고단한 자리"라면서 "특히 올해는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어 맡겠다는 사람이 쉽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총 회장이 공석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0년 2월에도 이수영 OCI 회장이 경총 회장을 그만둔 뒤 9월 이희범 회장이 취임할 때까지 7개월가량 회장 공석 상태가 이어졌다.
경총측은 후임 회장 선임이 조속히 이뤄지면 좋겠지만 당장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무국 중심으로 실무를 처리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장 업무에 지장이 있는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경총의 위상을 감안할 때 공석 상태가 너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