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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선물' 문시현 감독, "시나리오는 김기덕...연출은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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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우리 영화계에는 김기덕(54)의 아이들이 있다. 그가 제작하거나 각본을 쓴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이다. '영화는 영화다'(2008)의 장훈, '풍산개'(2011)의 전재홍은 그들 중 한 명이다. '배우는 배우다'(2013)의 감독 신연식, '붉은 가족'(2012)을 연출한 이주형도 그렇다.

이들 중 김기덕에게서 독립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감독은 장훈 한 명뿐이다. 장 감독은 '의형제'(2010) '고지전'(2011)을 잇달아 성공하며 충무로의 확실한 흥행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훈을 제외한 다른 감독들은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 그만큼 우리 영화계에서 김기덕이라는 울타리는 생각보다 안전하고 튼튼하며 혹은 치명적이다.

영화계는 전쟁터다. 감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은 낮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의 자장을 상업영화 감독으로의 전향을 통해 벗어났다. 그리고 김기덕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상업영화로 전향하지 않더라도 김기덕의 벽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김기덕 아류'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만큼 김기덕이라는 이름의 무게는 신인 감독이 짊어지기에 만만치 않은 중량이다.

김기덕 감독이 또 한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신의 선물'이다. 이 영화는 아이를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새 생명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두 인물의 묘한 동거를 통해 담아냈다.

역시 먼저 주목을 받은 사람은 연출의 문시현(36) 감독이 아니라 각본을 쓰고 제작을 한 김기덕 감독이었다. 그가 또 어떤 충격적인 영화를 만들어 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신의 선물'에는 김기덕의 인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흡사 동화 같은 이 영화에는 김기덕 특유의 위악적 캐릭터와 여기에서 분출하는 뜨거운 메시지가 없었다. 대신 명확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었는데, 이는 김기덕이 제작한 이전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하다고 할 정도로 따뜻했다. 그래서 문시현 감독이 궁금했다.

"김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어요. 제가 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비디오 가게에서 볼 수 있는 한국영화는 홍상수 감독님이나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였습니다. 두 분의 영화를 다 좋아했는데 더 관심이 가는 건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이었죠. 그래서 김기덕 감독님 밑에서 일을 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전 김기덕 감독님과 스타일이 달라요. (잠시 생각하더니) 다르기보다는 그렇게 만들지 못한다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문시현은 김기덕을 흉내 내려고 하지 않았다. 김기덕처럼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애초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는 김기덕 감독이 줬지만, 그것을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고 감독님이 쥐여 준 시나리오 안에서 최대한 저답게 자유롭게 놀고 싶었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님과 저는 취향이 달라요"라는 게 더 적확한 그의 대답이다. "멱살을 잡고 흔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게 김 감독님의 방식"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나긋나긋하게 물어보는 게 내 스타일"이란다. "김기덕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영화를 만든 것은 맞지만 결국, 연출은 제가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이런 성향 탓일까. 문시현은 영화 제목 '신의 선물'의 의미를 묻는 말에 특정 단어를 들어 명확하게 짧게 설명하기보다는 영화가 지향하는 어떤 지점을 보여주려 했다.

"새 생명 자체가 신의 '선물'일 수 있어요. 이건 굉장히 단순한 상징이겠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선물이라는 것은 생명에서 조금 더 나아간 어떤 것에 있어요. 새로운 출발이라고나 할까요."

임신을 할 수 없었던 여인에게 아이는 새로운 출발이다.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삶이 정체됐던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여인 덕분에 새 인생을 살게 됐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미래를 향해 가자는 것, 그리고 그 미래에 어떤 시점에 당신의 힘들었던 과정은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게 그가 '선물'에 담고 싶었던 의미였다.

대책 없이 희망적인 게 아닐까. 문시현 감독은 이번에는 명쾌하게 답했다. "이런 마음이 있어야 요즘 같은 세상을 살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김기덕의 제자들은 그의 손에 의해 영화를 한 편 만들면 그의 품을 떠나야 한다. 이제는 완전히 홀로서야 한다. 문시현 감독은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이제는 완전히 제 영화를 만들어야죠. 제가 쓰고 연출한 영화 말이에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작품을 출산하는 기분이었어요. 출산은 했으니까 이제 저의 영화를 잘 키워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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