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나서면서 이번 사태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사과는 이번 사건이 현 정권 내에서 일어난 만큼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남재준 해임'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즉각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나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또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강력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개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 정식으로 대국민사과를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지난해 정부 출범 뒤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대국민담화 이후 윤창중 성추문 사태, 기초연금 공약후퇴 논란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또 이번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검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데 이어 한 달여만에 결국 사과하게 됐다.
앞서 전날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 이후 사의를 표명한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의 사표를 박 대통령이 즉각 수리하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듯했지만, 추가로 대국민사과를 함으로써 국정수반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적극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 사건이 기존의 국정원 댓글사건과는 다른 맥락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상황이 중대함을 인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내내 논란이 됐던 국정원 댓글 대선개입 의혹의 경우 이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인 점 등을 들어 거리를 둬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현 정권의 국정원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 때문에 불똥이 박 대통령에게까지 튀는 상황으로 전개돼 왔다.
이 때문에 서둘러 정식으로 사과하고 적절한 선에서 책임을 묻는 것이 논란을 서둘러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정치적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고 정국을 혼란에 빠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다만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맞춰 남 원장도 이날“증거서류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국정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뼈를 깎는 개혁’, ‘환골탈태’ 등의 표현을 똑같이 사용한 점 등을 보면 남 원장을 재신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이미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남 원장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는 등 공세를 지속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논란이 단기간내에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