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소설가 황석영·이문열·이승우·신경숙·김인숙·한강·김영하,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웹툰작가 윤태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런던에 모였다. 이들은 8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14 런던도서전에 참가한다. 영국 전역 4개 도시 12곳에서 열리는 20여 행사에서 '문학적 상상력' '한국 사회의 변화' '디지털 혁신이 한국 문학에 끼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시아 하우스·영국 도서관·케임브리지 문학 페스티벌·에든버러 도서관 등 런던을 포함한 영국 전역 협력기관의 다양한 대중 이벤트에도 참여한다. 이들은 개막식에 앞서 7일 주영한국문화원 마켓 포커스 기념 리셉션에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김영하 작가는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으로 '번역자들의 역할' '국가 브랜드 제고' 등이 거론됐다.
황석영은 “한국문학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이 좋은 번역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좋은 영어번역자가 붙는다면 우리 문학이 위력이 있는 문학인만큼 틀림없이 반응이 좋을 거로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문번역자를 키워내고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문열은 “1995년부터 영국 시장을 두드려왔는데 별 진전이 없었다. 글을 신통치 않게 썼는지 모르지만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출판되는 책이 프랑스와 독일이 10권이라면 영미권은 2권 밖에 안 될 정도로 출판물 자체가 드물다. 런던도서전이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인숙은 “작가가 외국어를 잘한다면 단점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이는 작가가 가져야 할 필요조건은 아니다. 한국작가는 한국어로 글을 쓰고 그 작품이 다른 나라 독자들을 만날 때는 그 사이 전문번역가가 필요하다. 보다 많은 번역가가 있기를 바라고 번역가와 작가가 잘 소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강도 “훌륭한 번역가가 모국어로 쓴 작품을 해당 언어로 잘 번역해 내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독자들이 향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번역가의 역할 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도 문학 작품의 세계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문열은 “한국 문화를 많이 안다고 해서 자기 사회에서 향유해지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나라의 힘이다. 나라와 나라 문화의 힘이 크면 작품이 번역되거나 다른 나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경숙도“미국의 경우 해외 책 출판이 3%라고 한다. 거기서 문학이 차지하는 건 또 얼마나 작은가. 이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경우”라며 “번역도 중요한 문제지만 나라에 대한 호감도도 중요한 거 같다. 한국이라고 한다면, 궁금하고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지금보다 좋은 이미지가 많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런던도서전 조직위의 '오늘의 작가'로 선정돼 참석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와 미국과 유럽에서 그래픽 노블이 하나의 문학장르로 주목받고 있는 점을 반영해 10인의 작가에 선정된 '이끼' '미생' 등의 윤태호는 런던도서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선미는 “영국에서의 반응은 서점을 가서 눈으로 확인해봐야 알 것 같다. 6일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책을 읽고 온 사람들이 캐릭터 간 관계의 상징성에 대해 물어보더라. 이들 대부분이 작가였다. 색다른 경험이었다”는 소감이다.
윤태호는“웹툰이라는 게 온라인 기반이다 보니 출판보다는 해외진출이 용이할 것 같다. 만화에 글이 포함돼 있어 문체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만화 컷과 함께 가기 때문에 순수문학보다는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며 “한국만화계는 올해를 해외진출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런던도서전은 출판오디오북·TV·영화·디지털 채널 등 다양한 콘텐츠의 판권과 유통이 이뤄지는 국제 마켓으로 매년 봄 개최된다. 올해 43회째로 8일부터 10일까지 런던 얼스코트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