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북한을 향한 3대 제안을 담은 '한반도 평화통일구상'을 내놨다. 또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드레스덴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 같은 통일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한 주민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과 관련한 세 가지 제안을 발표했다.
◆이산가족 상호방문·모자패키지사업 제시
박 대통령은 먼저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해가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재차 촉구하고 북한 산모와 유아에 대한 지원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과거 동·서독은 이산가족 등 분단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 방문을 허용했고 꾸준한 교류를 시행했다"며 "남·북한도 이제는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등으로 가족들의 한을 풀고 동시에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유엔(UN)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공동 복합농촌단치 조성·남북교류협력사무소도 제안
민생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할 것을 제안하고 이를 통한 경제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농업생산의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해야 한다"며 "씨뿌리기에서부터 추수까지 전 과정에서 남북한이 협력한다면 그 수확물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까지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게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도 요청했다.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과 관련해서는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통해 남북 주민 간 교류를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사업, 이벤트성 사업보다는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이런 제안을 남북한이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핵 버리면 동북아개발은행 통해 北 지원”
박 대통령은 이 같은 3대 제안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이를 전제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임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해 북한에게 필요한 국제금융기구 가입 및 국제투자 유치를 우리가 나서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주변국 등과 함께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 북한의 경제개발과 주변지역의 경제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하나 된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로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을 포기해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발전시켜 북한의 안보우려도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를 추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남북한이 같이 번영하는 길이며 동북아의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자신이 내놓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구상을 들어 "DMZ 세계평화공원은 DMZ 긴장을 평화로, 한반도의 분단을 통일로, 동아시아의 갈등을 화합으로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신의 장벽 등 허물어야”…명예법학박사 학위도 받아
박 대통령은 과거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본받아 한반도 통일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라인강의 기적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듯이 독일 통일도 한반도의 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통일독일의 모습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한반도에도 통일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희망과 의지를 다지도록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적 대결의 장벽', '불신의 장벽', '사회 문화적 장벽', '북한 핵개발로 인한 단절과 고립의 장벽'을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서는 이런 모든 장벽들을 허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 파독 광부·간호사와 독일의 차관 제공 등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된 점을 들면서 이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고속도로와 철강산업 등을 통해 현재와 같은 성장이 가능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드레스덴공대로부터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연설 이후에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가곡 '금강산' 연주를 들은 뒤 눈물이 고인 듯 눈가를 만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