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문화예술인 46명이 김용태(68)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장을 위해 뭉쳤다. ‘김용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용사모)이란 이름으로 그의 출판기념회와 함께 회원들의 대표작을 모은 출판기념 전시를 연다. 김 전 이사장 돕기 기금마련을 위한 미술품 경매도 벌인다.
김 전 이사장은 2011년 위암으로 위 절제를 한 뒤에도 동료들과 술을 즐기다 지난해 여름 간암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1년을 채 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승보 독립큐레이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의 소식을 듣고 지난해 12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와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화가 신학철, 시인 신경림 등 12명이 ‘용사모’를 결성하면서 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그리고 김 전 이사장과 함께한 문화예술인 46명을 선정하고 지난 40여년의 여정이 담긴 책을 내기로 했다. ‘산포도 사랑, 용태 형’이란 제목으로 나온 책은 미술가·문학가·평론가·교수 등 지인 46명의 원고를 묶었다. 김 전 이사장의 인터뷰도 들어있다.
‘산포도 사랑’은 김 전 이사장이 즐겨 부르는 노래 ‘산포도 처녀’에서 따왔다. 전 큐레이터는 “알알이 뭉쳐 있는 산포도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와 같은 이미지여서 산포도 사랑으로 지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용태 형은 일생을 민주화 운동과 민족예술운동에서 심부름꾼으로 살았다. 인간미가 있는 분이다”면서 “처음 이 기획을 하고 지인들에게 원고를 청탁했는데, 글 늦게 써주기로 유명한 분들도 제시간에 맞춰줬다”며 고마워했다. “용태 형이 얼마나 인간적인 사람이었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전시도 경직되지 않고 인간미 넘칠 수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리띠를 배꼽까지 올린 김 전 이사장의 모습이 담긴 표지는 화가 강요배가 그렸다.
임옥상은 30년 전 김 전 이사장이 힘들었을 때 자신의 월급봉투를 그대로 주기도 했다. “용태 형의 생활이 힘들었을 때다. 나야 둘이서 벌었기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우리는 화가랍시고 겉멋만 들었는데 용태 형은 일종의 일꾼 같았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사람이 용태 형과 격의 없이 곧바로 친해질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전시회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김 전 이사장은 가나아트 초대 주간이기도 하다. 30일 오후 4시에는 경매를 진행한다. 출품작 100여점 가운데 35점이 경매된다. 수익금은 ‘용사모’ 기금으로 사용된다. 경매를 대행하는 서울옥션은 경매수수료 10%를 받지 않기로 했다.
권순철의 ‘미륵’(2014), 김인순의 ‘그들의 꿈은 어디로 가나’(2005), 김정헌의 ‘호미아줌마, 낫 아저씨’(1995), 박진화의 ‘개화-땅2’(2012), 임옥상의 ‘자화상’(2014) 등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은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1979)으로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운영위원(1984), 민족미술협의회 초대 사무국장(1985),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두 집행위원장과 백기완 대통령 후보 비서질장(1987) 등을 지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초대 사무처장(1988), ‘코리아통일미술전’ 남측 단장(1993),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2002), 6·15 공동 선언 남측위원회 공동대표(2005) 등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