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최근 7년간 납품된 군수품(28만199품목) 관련 공인시험 성적서를 검증한 결과 241개 업체에서 무려 2749건의 위·변조 성적서를 적발해 관련업체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기품원은 위·변조 부품들을 정상품으로 교체하는 등의 후속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군수품 성적서 검증은 군수품 납품의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작년 11월에 발표한 1차 검증에 이어 연속해 실시했다. 최근 3년간(2011년~2013년 10월30일)의 시험성적서에 한정했던 1차 검증과 달리 검증기간을 7년간(2007년~2013년 10월30일)으로 확대했다. 기품원이 보관중인 성적서 외에도 방산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성적서까지 검증했다.
이번에 적발된 241개 업체 2749건의 위·변조 성적서를 보면, 주로 100명 미만의 중소기업들이 납품하는 조립부품이나 수리부속류에서 많이 발생했다. 필터류, 고무제품류 등 다품종 소량을 납품하는 3개 중소업체가 전체 위·변조의 약 62%(1696건)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A업체의 경우 위·변조 건수가 무려 1185건에 달했고 B업체도 333건, C업체도 178건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들 부속이 기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항공기 브레이크디스크(KF-16, 전량 교체)에도 쓰였다는 점이다. 규정된 소재를 쓰지 않을 경우 사고 가능성이 높아 당장 문제가 없다고 여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위·변조의 원인은 주로 중소 협력업체들이 납기 지체와 품질관리 역량 부족에 의한 규격 미충족 등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 품질관리체계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속적인 규격개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방규격이 국내 기술수준과 시장여건을 반영하지 못해 소량/특수 원자재의 수급고충이 초래 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기품원이 완제품과 핵심부품의 품질보증 활동에 집중함에 따라 하위조립부품 등에서 관리 사각지대가 노출됐다. 제출된 성적서 확인 및 검증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미비하고 부정당 행위시 실효적 제재수단이 미흡해 위·변조를 예방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현재까지 위·변조 품목들로 인해 운용중인 장비의 가동 중단, 사용자 불만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부품이 장비의 내구도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군과 협조해 해당품목을 전량 정상품으로 교체하거나 하자 구상 조치를 진행 중에 있다.
일반물자와 수리부속도 전량 정상품으로 교체 후 납품토록 하고, 이미 소모된 물자류에 대해서는 관련규정에 따라 감액, 부당이득 환수 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다.
기품원은 성적서 위·변조 업체 241곳 중 141곳은 검찰 수사 중이고 나머지 100곳은 이달 중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검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부정당 제재 등을 통해 해당업체를 처벌할 예정이다.
또한 위·변조 시험성적서 제출과정에 기품원 직원의 과실 여부도 검찰 수사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이나 감사원도 미비점 등을 찾아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방위사업청과 기품원은 두 차례에 걸친 성적서 위·변조 사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공인시험성적서 관리체계 강화 등 다각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계약업체가 협력업체의 위·변조를 책임지게 하고 입찰 참가를 금지시키는 등 강한 제재도 검토 중이다. 위·변조가 발생하면 경쟁품목은 제안서 평가 등에 반영하고 단수일 경우 복수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도 기재부와 협의해 강화하기로 했다.
기품원 최창곤 원장은 “이번 성적서 위·변조 검증이 군수품 품질향상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기술 지원활동 등을 적극 추진해 중소기업의 경영고충 타개와 품질관리 역량강화를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위·변조 성적서 적발은 원전 비리 직후 기품원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비정상적 관행을 파헤쳐 정상화하고 군수품 품질 향상과 기업 고충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