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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족 자살기도, 현장 서둘러 치워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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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순 자살기도 사건으로 신고 돼 통상 절차 현장 수습”
‘국정원’ 혈흔 남긴 사건에 은폐 의혹…민변 “자살 정황 석연치 않아”

[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위조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조선족 김모(61)씨가 자살을 기도한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경찰이 당일 상황을 시간대별로 밝혔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피로 ‘국정원’이란 글씨를 남기고 자살 기도한 사건 현장을 경찰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존하지 않은데다, 사건 발생 초기 현장감식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가 현장 훼손 등의 의혹이 일자 관련 조사를 한 사실이 있다고 번복해서다.

경찰은 7일 사건 당일인 지난 5일 정오부터 밤 10시15분께까지 시간대별 조치 사항을 공개했다.

◆김씨, 자살시도 시간대별 상황은?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5일 오전 5시30분께 홀로 투숙하고, 오전 9시45분 체크아웃을 했다.

그러나 30여분이 지나도록 김씨는 호텔을 떠나지 않고 로비에 앉아있었고, 이를 본 종업원이 "왜 나와있느냐"고 묻자 "여기 손님이다"라고 답한 뒤 오전 10시30분께 다시 체크인을 했다.

김씨는 오전 11시17분께 호텔 방에 꽂아두는 열쇠만 뽑아놓고 객실 안에서 머물다가, 낮 12시1분 서울중앙지검 담당 검사에게 “다시 볼 일 없을 거 같다. 행복해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검사는 낮 12시50분자살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니 찾아달라며 112에 신고했고,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로 접수됐다.

경찰은 낮 12시53분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추적한 결과, 김씨가 영등포구 3가 1-24에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영등포경찰서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 그 후 실종수사팀과 여성청소년계, 지구대 직원들은 수색했지만 김씨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후 6시11분 영등포의 한 호텔 종업원이 “객실에 손님이 있는데 퇴실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신발은 있긴 하지만 이상하다. 경찰관과 함께 확인해야 할 것 같다”라며 112에 신고했다. 이 신고는 영등포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신고 접수됐으며, 지령을 하달 받은 역전파출소 직원들이 오후 6시14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도착한 당시 김씨는 오른쪽 목에 상처를 입고 객실 침대 옆에 쓰려져 있었다. 객실 바닥에는 자해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구용 커터칼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유서로 보이는 노트 수거가 놓여있었다.

경찰은 오후 6시19분께 119에 응급환자 후송을 요청했고, 6분 뒤 도착한 119 구급차로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에 옮겨졌다. 병원 도착 시각은 오후 6시43분경이었다.

경찰은 오후 7시20분께 김씨의 신분증 등 소지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자살 의심자로 신고했던 인물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오후 9시께 처음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에 증거물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이 거절했다.

검찰의 요청에 현장 감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오후9시40분께 과학수사팀과 당직팀을 현장에 파견해 벽면에 피로 쓴 ‘국정원’ 글씨 등을 사진촬영하는 등 35분 가량의 감식 작업을 벌였다. 이후 경찰은 파출소를 찾은 김씨의 아들에게 유서를 돌려줬고, 당시 파출소에 같이 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임의제출 형식으로 유서를 제출받았다.

◆경찰 왜 서둘렀나?

김씨가 발견된 당시 피로 '국정원'이란 글씨를 남겨져 있었고, 객실과 화장실 바닥에는 오물이 범벅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신고사항으로 변을 바닥에 바르고 '국정원' 문구가 있어 정신병자가 자살 기도한 것으로 봤다”면서 “검찰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것도 검사들이 역전파출소로 찾아와 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로부터 김씨가 서울시 간첩사건과 관련해 수사받는 인물이라는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경찰은 단순 자살 기도 사건으로 판단, 관련법에 따라 기초 조사만 하고 현장을 수습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현장 출동 4시간 만인 5일 오후 10시22분께 현장 감식까지 모두 끝냈고 청소를 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경찰이 김씨를 병원에 호송한 뒤 감식을 위해 다시 현장을 찾기까지 3시간 가량 사건 현장은 아무런 통제없이 방치됐다.

경찰이 현장 감식 여부를 번복한 점도 의심살 만하다.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에 부담을 느낀 경찰이 현장 은폐 의혹이 일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자살 시도인지, 살인미수 등 타살 의혹은 없는지 규명하기도 전인 초동 수사 단계에서 현장이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로 언론에 공개된 것은 석연찮다”며 “A씨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면 국정원의 꼬리자르기식 증거인멸·범죄은닉에 대한 환멸이나 원망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국정원 등의 눈치를 보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범죄 피의자들이 더 이상 범죄를 은폐하기 전에 신속히 신병을 확보하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 6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자살기도 중 목에 입은 상처를 수술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최소 1주일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오전 11시15분께 검은색 점퍼 차림에 모자를 쓴 김씨의 보호자라고 밝힌 A씨(38)가 혼자 김씨의 면회를 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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