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하는 기업정보를 빼낸 뒤 국가지원금 신청을 대행해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수 십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고용부 정보관리 책임부서 과장이었던 최모(58·5급)씨와 딸·형제·회사동료·고향후배 등 지인으로 구성된 20명을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최씨와 최씨의 동생(52·무직) 등 2명은 개인정보보호법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18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고용부 국가지원금을 받는 기업 정보 800만여 건을 무단 조회·유출한 뒤 4800여개 기업의 지원금 신청업무를 대행하고선 수수료 명목으로 58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5년간 딸(29·무직)과 동창인 박모(57·목사)씨 등 지인들 명의로 노무법인 2곳을 포함해 총 5곳의 법인을 설립한 뒤 고용부의 고용정보시스템에 접속해 국가지원금 수령 가능한 기업 정보 800만여 건을 임의로 조회했다.
여기서 사업장 근로자 개인정보가 담긴 27만4404건을 딸에게 파일 형태로 이메일을 보내 최씨가 고용한 영업사원들에게 전달했다.
기업 정보를 건네받은 영업사원들은 공인노무사 자격을 빌려 지원금 수령 대상업체에 접근, 4800여곳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낸 뒤 국가지원금 신청업무를 대행했다. 노무사 자격은 최씨가 고용부에서 함께 일한 동료 2명을 포함한 3명으로부터 빌렸다.
이후 기업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금의 30%를 수수료 명목으로 가로챘다. 수수료가 입금되지 않으면 해당업체에 독촉 전화도 걸기도 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가로챈 액수만 58억여원에 달한다. 최씨는 이중 20억여원을 사무실 분양금으로 썼고, 경조사비와 저서 출판비로도 1500만원 가량을 쓴 정황도 파악했다.
나머지 금액은 영업사원에게 수당 명목으로 지급한 뒤 되돌려 받거나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하는 등의 자금세탁 의혹이 있어 추가 수사 중이라고 경찰 측은 밝혔다.
최씨는 고용부 고용정보시스템에 처리·보관 중인 기업정보에 대해 각 지방청 직원들의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업무를 담당해 자유롭게 정보 조회와 유출이 가능했다. 고용부도 이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재 최씨는 관악지청에서 대기발령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자료가 영업사원의 영업용으로만 활용돼 2차 유출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국가지원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