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해외 마약조직과 연계해 국내에 필로폰을 대량으로 밀반입한 재미교포 출신 마약 밀수사범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필리핀, 중국 현지 마약조직으로부터 밀수한 필로폰을 국내에서 대량으로 유통·판매하려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미국 교포 박모(43)씨와 장모(44)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매수한 필로폰 약 43.3g을 항문 속에 숨겨오는 수법으로 밀수하고, 장씨는 지난해 12월 중국·홍콩을 거점으로 한 마약 조직이 국내로 밀수한 필로폰 약 1491g을 넘겨받아 소형지퍼백·선물상자로 포장하는 수법으로 은닉, 소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와 장씨는 또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를 흡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이 밀수한 총 1534g의 필로폰은 약 5만1440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으로 소매가로는 50억1400만여원에 달한다. 국내 유통 단계에서 검찰이 압수한 마약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검찰 조사결과 박씨는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필리핀 국적의 마약조직원으로부터 구입한 필로폰을 공항 검색에서 적발되지 않기 위해 비닐랩으로 포장한 채 항문 속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몰래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중국에서 간부급 마약조직원을 만나 구체적인 거래조건을 논의했지만 필로폰을 직접 들여오지 않는 대신, 중국 마약 밀수사범들이 광저우, 심천을 거쳐 홍콩발 화물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한 필로폰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나 대포폰만 연락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청소를 빙자해 관리하던 서울 서대문구의 한 교회를 필로폰 보관·거래 장소로 이용했다. 추방된 이민자 출신 교포들의 쉼터인 소규모 교회를 '마약 창고'로 활용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이민 1.5세 출신인 박씨와 장씨는 현지 교도소에서 수감 중 친분을 맺은 다양한 국적의 마약사범들이 각자 고국으로 추방돼 마약 조직원으로 활동하자 이들과 연계해 국제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국내에서 필로폰을 밀수·판매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박씨와 장씨는 자신들의 범죄전력과 인적 네크워크를 토대로 외국 마약사범들로부터 필로폰을 손쉽게 밀수할 수 있었다.
박씨는 미국 LA에서 마약·총기 범죄 등으로 한국으로 강제추방된 뒤 2008년 11월 코카인 밀수 및 필로폰 매수 등 혐의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집행유예 기간 중 필로폰 투약 혐의 등이 적발돼 3년8개월간 복역 후 지난해 6월 출소했다.
장씨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마약 범죄 등으로 12년7개월간 복역 후 한국으로 강제추방됐지만 2010년 8월 필로폰 약 220g과 엑스터시 약 500정을 밀수한 혐의로 2년6개월간 복역 후 2012년 11월 출소했다.
박씨와 장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마약을 밀수 또는 판매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내국인 마약사범이 조선족을 통해 마약 밀수 또는 밀매한 사례는 있었지만 미국에서 마약범죄로 수감 후 추방된 재미교포 출신 마약사범들이 외국 마약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밀수·판매하려한 경우는 없었던 점에서 최근 들어 마약 유통구조가 다양화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