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2일 “사회적으로 관용과 타협의 정신이 퇴행하고 계층적 갈등과 이념대립이 격화되고 있다”며 “흔들리지 말고 재판 독립을 지켜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경력 5년 이상 신임법관 11명에 대한 임명식을 개최, 임명식사를 통해 “근거없는 억측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재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법관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 독립의 원칙은 법관이 수호해야 할 민주국가의 핵심 가치”라며“이같은 사회풍조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법관의 양심은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 정의감에 기초한 직업적 양심을 뜻한다”며 “독특한 가치관이나 주관적 신념을 혼동해서는 안된다.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내세우면 오히려 재판의 독립을 저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재판독립은 이를 보장할 때 정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지, 재판독립 자체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이해와 공감대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양 대법원장은 “법관은 재판을 통해 당사자의 운명을 좌우하고 사회나 국가 장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법관의 직이 얼마나 존엄한지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재판 권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고, 위임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며“국민에게 ‘군림하는 자’가 아닌 ‘봉사하는 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초대 대법원장이자 법관의 영원한 사표인 가인 김병로 선생은 '법관의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라'고 갈파했다”며“이 뜻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에 임명된 신임법관은 서희경·송종선·우정민(사법연수원 33기), 황성욱(35기), 김경찬(36기), 계훈영·김선숙·이배근(37기), 윤봉학·이경선·이환기(38기)씨 등이다. 이 중 이경선 판사는 이재원(38기)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부인으로, 또 한쌍의 부부판사가 탄생했다.
법조 경력별로 5년 이상~7년 미만은 6명(37기 3명, 38기 3명), 7년 이상~10년 미만은 2명(35기 1명, 36기 1명), 10년 이상은 3명(33기 3명) 등이다. 직역별로는 변호사 출신이 9명으로 81.8%를 차지했다. 나머지 2명은 검사 출신이다. 또 전체 11명 중 여성은 5명으로 집계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2013년도 하반기 법관 임용 계획’을 공고한 뒤 변호사·검사 등 법조경력 지원자 50명을 상대로 실무능력과 인품·자질·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이어 외부위원이 포함된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11명을 최종 임용했다. 이번에 임용된 신임법관들은 이날부터 12주간 사법연수원 연수교육을 마친 뒤 내년 2월 정기인사 때 각급 법원에 배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