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검찰이 ‘사초(史草)실종’ 논란을 빚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참여정부 인사들에 의해 고의적으로 폐기,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광수)는 15일 회의록 미이관 및 삭제에 관여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법률 위반, 공용전자 기록 등 손상)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을 수정·변경해 1급비밀 형태의 회의록 문건을 작성했고, 2007년 12월 말〜2008년 1월 초 사이에 백 전 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은 국정원에서 1급비밀로 보관하되 e지원시스템에 보관된 회의록 파일은 삭제하고 청와대에도 문서 형태의 회의록을 남겨두지 말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를 받은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2008년 1월2일 국정원에 회의록 사본과 함께 지시사항을 전달, 국정원에서 회의록을 1급비밀로 생산하는데 참고토록 했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문건은 파쇄하고, 이미 결재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일은 e지원시스템 관리부서인 업무혁신비서관실을 통해 삭제매뉴얼에 따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삭제·파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회의록이 외부로 반출된 경위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참여정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 및 '봉하e지원' 제작 일환으로 2008년 2월14일 오전 11시30분께부터 대통령비서실 일반 사용자들의 e지원시스템 접속이 차단(shut-down)됐다.
조 전 비서관은 당시 업무혁신비서관실의 협조로 e지원시스템에 접속, '메모보고'에 수정·변경된 회의록 파일을 첨부·등재한 후 '봉하e지원'에 복제돼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4개월여 동안 회의록의 존재 여부 및 폐기 의혹을 중점적으로 수사해왔다.
검찰은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정상적으로 이관되지 않은 대신 봉하마을에서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e지원 시스템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과 완성본에 가까운 수정본을 별도로 발견했다.
검찰은 방대한 분량의 압수물 분석과 함께 회의록 생산과 이관 등에 깊이 관여한 참여정부 인사 20여명에 대한 소환 작업을 병행했다.
특히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조 전 비서관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등 참여정부 핵심 인사들이 소환됐다.
검찰은 광범위한 압수물과 관련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상회담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정식으로 이관하지 않았고, 회의록 생산 과정에서 임의로 수정·삭제한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 관계자는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생산, 보존해야 할 책임자들임에도 회의록 파기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며 “실체적 진실에 대한 진술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등 죄질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고 사법처리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문 의원을 비롯한 다른 참여정부 인사들은 회의록 초본 삭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판단, 기소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문 의원 뿐만 아니라 김만복 전 국정원장,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등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7월25일 성명 불상자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8월16일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하고 755만건의 기록물 열람 및 사본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