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14년 만에 법적지위를 상실함에 따라 교육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교조는 그간 교원노조 설립과 합법적 지위 획득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어왔다. 1960년대 4·19 혁명 이후 교원노조 결성 파동이 있었지만, 지금의 전교조가 결성된 것은 1980년대 들어서다. 전교조는 전두환, 노태우 정권 당시 교사들이 자생적으로 각종 연구모임을 통해 교과연구는 물론 교육 민주화에 관해 관심을 쏟기 시작하면서 교원들의 조직체가 결성된 것이 모태가 됐다. 전교조가 국어, 역사 등 교과별로 다양한 교과 연구모임을 조직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1980년 당시의 활발한 교과연구모임과 무관치 않다. 지금의 전교조는 지난 1987년 9월27일 결성된 전국교사협의회가 배경이 됐다. 교원이 노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 논쟁이 상당했지만, 이들은 교사협의체가 지닌 한계 극복을 위해 1989년 5월28일 교원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전교조는 고용부의 ‘노조 아님’ 통보에 대한 법적 대응, 일반 노조법 및 교원노조법 개정, 국제기구를 통한 한국정부 압박 및 제소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24일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라는 정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한 전교조에 ‘법외노조’ 분류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권 행사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또 사무실 임대료, 노조 전임자 등 각종 편의도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전교조는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집행정지가처분신청, 헌법소원 등 법률적 대응과 함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 국제기구를 통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압박 등 투쟁 강도를 계속 높일 것으로 보여 갈등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교조가 전임자의 학교 복귀 거부와 연가투쟁 등을 검토하는 등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교육계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도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합법노조→법외노조, 어떤 변화가 있나?
전교조는 1999년 합법노조로 인정받은 후 14년 만에 법외노조가 됐다. 이에 따라 전교조는 그동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사해 온 단체교섭권이 상실된다. 그간 체결한 단체협약은 물론 진행 중인 단체교섭도 무효화 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지원도 중단된다. 전교조는 본부 사무실 임대보증금 6억 원을 비롯해 50억원에 이르는 17개 시도지부 사무실 임대료를 지원받기 어려워진다. 전교조는 합법노조가 아니어도 지원받을 수 있다며 지원이 계속돼야 함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님을 고려하면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 휴직상태로 전교조에 전임자로 일하고 있는 77명도 학교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들 전임자에 대한 봉급은 전교조가 조합비에서 지급해 왔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학교로 복귀 발령을 내면 이를 따라야 한다. 따르지 않을 경우 복무규정, 근무지 이탈 등의 이유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전교조로서는 조합비 일괄공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간 교육 당국은 전교조가 매년 조합원으로부터 조합비 공제에 대한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면 조합비 일괄공제 업무에 협조해 왔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전교조는 조합비 자동이체시스템(CMS) 구축과 투쟁기금 마련 등의 대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법외노조', 교육계에 미칠 영향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됨에 따라 교육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교조가 연가투쟁과 같은 강경투쟁을 현실화할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교육계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날 발표를 통해 "어떤 경우라도 학생들의 학습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고용부의 '법외노조' 결정에 따라 교육부의 후속조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의 후속조치 내용에 따라 전교조나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시도교육청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상 무효화, 사무실 임대료 지원, 전임자 휴직 허용, 조합비 일괄공제 등 교육부가 시행할 후속 조치에 따라 전교조의 조직활동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가이드라인을 주더라도 시도교육감이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적, 교육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이 교육부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으면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도 예상된다.
학교 현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교조가 학교 단위에서 '법외노조'의 부당성을 알리고 철회를 촉구하는 행동에 돌입할 경우 학교 단위에서 관리직인 교장, 교감과 전교조 조합원 간의 마찰은 물론 사립학교의 경우 재단과의 마찰도 일어날 수 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됨에 따라 교원단체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교조 간의 회원 수, 정부 교육정책에 미치는 영향력 등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