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 지난 2008년 이후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더라도 처벌이 불가능한 범죄 가운데 살인·강도·강간·방화 등 강력범죄가 91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24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경찰이 기소중지(지명수배) 의견으로 송치한 범죄 가운데 공소시효가 만료된 것은 7만8776건이었다.
죄목별로는 사기·횡령이 5만6571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타특별법 9784건, 기타형법범 5936건, 향군법 2183건, 부정수표 2416건, 폭력 1059건, 절도 668건, 마약사범 67건, 강간 35건, 강도 26건, 방화 18건, 살인 12건으로 집계됐다.
공소시효 제도는 범죄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날 경우 증거 판단과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시행하고 있다. 공소시효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선 미결사건에만 매달릴 경우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한 제도로도 활용된다.
경찰은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낼 때 해당 사건에 관해 의견을 첨부한다. 이때 경찰은 기소의견 또는 기소중지의견을 내어 송치하는데, 기소의견이란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인정되고 증거가 있으니, 검사로 하여금 형사재판을 청구(공소제기)하라는 것이다.
기소중지의견은 피의자의 범죄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으므로 그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라는 것이다.
경찰의 기소중지의견에 따라 검사가 기소중지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사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고, 피의자 지명수배 등의 조치를 취한다. 이후 피의자의 소재가 파악되는 등 기소중지 사유가 해소되면 다시 수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기재된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피의자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 수사가 종결된다.
즉 공소시효 도과로 수사가 종결되면 공소권을 행사할 수 없어 범죄자에 대해 어떠한 형사 처벌도 불가능하다.
현재 형법상 공소시효는 살인 25년, 강도 10년(특수강도 15년), 형법상 강간 10년(특수강간 15년), 방화 15년, 절도 7년(특수절도 10년), 사기 10년, 횡령·배임 7년(업무상 횡령·배임 10년) 등이다.
강 의원은 “공소시효는 법적안정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제도”라며 “살인, 강간 등 반인륜적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여 범인필벌의 국민적 정서에 부합케 하고, 반인권범죄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