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정·관계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CJ그룹의 정·관계에 로비와 관련된 구체적인 단서를 잡고 권력형 비리에 초점을 둔 수사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검찰이 1라운드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운용을 위한 횡령, 탈세 등의 비리에 초점을 뒀다면, 2라운드에서는 이 회장이 불법으로 축적한 자금의 용처와 정·관계 쪽으로 흘러간 경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CJ 자금이 세무당국에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을 지난 27일 구속한 뒤 이튿날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조사했다.
허 전 차장은 국세청 납세지원국장·법인납세국장으로 재직했던 2006년 CJ그룹으로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30만 달러, 고가의 명품 시계를 받아챙긴 혐의가 있다.
검찰은 허 전 차장의 지위와 영향력을 감안해 이 회장이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에게 금품로비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허 전 차장은 이후에도 국세청 조사국장과 국세청 차장,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역임해 추가로 뇌물을 건네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허 전 차장은 CJ측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뇌물의 대가성과 전달경위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2006년 CJ그룹 계열사의 주식이동 현황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탈세를 확인하고도 3600억원 가량의 세금을 추징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은 2008~2009년 세무조사에서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포탈을 확인했으나 1700억원의 세금만 추징할 뿐 별도로 검찰에 고발조치는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세무조사 과정에서 CJ측의 세금 추징이나 검찰 고발과 관련된 로비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국세청 조직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선 전 전 청장이 금품을 실제로 전달받았는지, 아니면 허 전 차장이 '배달사고'를 낸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 전 청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
2006년 말 전 전 청장이 이 회장, 신 부사장, 허 전 차장과 함께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고가의 해외 브랜드 시계를 선물받은 의혹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청장은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면 직접 출석해 의혹을 해명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CJ그룹이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측의 유력 인사에게 선거지원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도 불거졌다.
이 회장이 고대 동문이자 이명박정부의 실세로 통했던 박영준 전 차관 등과 친분이 두터웠고, 이런 친분을 이용해 정권 실세들을 '로비 창구'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일었지만 당시 검찰은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을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 회장의 두터운 인맥에 주목하며 정관계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