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 수몰사고로 숨진 노무자들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구로동 고대구로병원장례식장에는 유족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18일 새벽 실종자 6명 시신이 모두 수습되자 사고 현장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긴 유족들은 오전부터 상복을 갖춰입고 본격적인 장례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전날 오전 9시44분께 중국동포 박명춘(48)씨를 포함한 사망자 6명은 오전 11시15분을 시작으로 이날 오전 1시10분까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 도착했다. 또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구조돼 중앙대병원으로 이송 도중 숨진 조호용(60)씨는 이날 오전 10시에 합동분향소로 옮겨졌다.
갑자기 불어난 한강 수위에 공사를 강행하다 이 같은 참사를 당한 탓인지 유가족과 조문객은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눈물만 흘렸다.
오전 9시께 빈소를 방문한 고인 임경섭(44)씨의 친구는 “영안실이라도 가서 시신 상태는 확인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믿을 수 없다”며 오열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전 9시45분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박 시장은 상복을 입고 앉아 있던 유가족들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한 뒤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죄송하다”며 장례를 치르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박 시장은 “보상 문제나 합의 문제는 물론 시행사와 시공사와 유족들 간의 문제”라면서도“공사를 발주한 서울시로서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고 원인에 대해서 철두철미하게 조사를 할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며 “과거의 관행이나 제도를 고치는 일에도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조문객의 애도 행렬이 이어지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렸다. 사고 발생 나흘만에 빈소를 차린 탓인지 미안함과 억울함이 뒤섞여 눈물은 멈출줄 몰랐다.
남편을 잃은 박명춘(49)씨의 아내 이춘월(49)씨는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일찍 세상을 떠났느냐”며 통곡했다. 조문객을 맞이하던 그는 10여분간 흐느꼈다.
박웅길(56)씨의 친구 김모(50)씨도 4년 전 한국으로 넘어 온 친구의 마지막을 배웅하다 그만 주저 앉았다. 박씨와 여름 휴가를 함께 떠나기로 했던 그는 분향소에 도착해 박웅길씨의 부인을 만나 함께 울었다.
김씨는 “비가 그치면 같이 바다에 가자고 했는데 이런 비보를 들었다”며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한숨 쉬었다.
한편 지난 15일 오후 노량진동 상수도공사장 내부로 갑자기 한강물이 들어차며 임경섭·이명규(61)·김철덕(53)·박명춘·이승철(55)·박웅길·조호용씨가 목숨을 잃었다. 박명춘씨와 이승철씨, 박웅길씨는 중국 국적의 동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