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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니아 문화, 가족주의, 웰빙 등의 개념이 결합한 라이프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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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극장, 주방 한 켠의 술집, 진짜 방에 만든 노래방… 도심의 축소판으로 점차 변해가는 집의 진화는 예측 불가능한 현실에서 도피해 안식을 찾는 현대인들의 욕망을 반영한다. 공적 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시도에 대해 도피와 폐쇄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낮 시간 동안 혹사당한 개인은 ‘방’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 때론 가족과 지인들과 또 다른 활력을 찾는 공간으로 집을 이용하기도 한다.

부유층의 소수문화일까?
방의 세분화 전문화는 몇 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미래의 트렌드로 제시해왔다. ‘미래의 트렌드’라는 타이틀은 아직 유효할지도 모른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현장에서 개성 넘치는 방을 요구하는 고객은 여전히 한정적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향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도 간혹 존재했다. 르네디자인 노미호 실장은 “강남의 저평수에서 안방을 가족실로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싱글족은 AV룸을 많이 만든다”고 설명했다. 까사미아 조현정 수석디자이너는 “40대 이상의 여유 있는 계층에서나 가능한 것이다”고 주장하면서도 “베란다 확장으로 활용도를 고민하면서 카페 등의 특수한 공간이 생기기도 한다”며 트렌드의 확산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물론 아직은 침실 거실 아이방 서재, 여기서 발전해야 드레스룸이나 다이닝룸을 꾸미는 정도가 보편적이다. 하지만 욕구가 존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실현 된다.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번듯하고 본격적인 공간이 아니라도 베란다 거실 침실의 한 켠에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이 늘어 가는 것은 과거와 확실히 달라진 양상이다. 가정용 스파 욕조, 와인냉장고 등 관련 상품의 성장세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방의 한 귀퉁이에 가벽을 세우고 수집한 인형을 전시하는 자신만의 인형방을 만들거나 베란다를 개조해 맥주 만드는 기계를 설치하고 그곳을 맥주방이라고 명명하는 소시민들의 인테리어는 공간의 전문화가 곧 부유층의 소수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 준다.

인스피리언스 확산
개인의 취미나 직업에 맞춰 방의 용도를 다양화하거나 DVD, 홈스파, 홈바 같은 최신 시설을 설치해 집을 놀이의 공간으로 만드는 트렌드는 인스피리언스라고 불린다. 인스피리언스는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뜻의 인도어(indoor)와 경험을 뜻하는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의 합성어로 밖의 활동을 집 안을 끌어들이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트렌드 전문가 김해련 씨는 “주 5일제의 확산, 자녀 수 감소, 생활가전의 발달, 인터넷 환경 발달 등의 영향으로 집 안에서 좀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 “홈시어터, 실내 운동기구, 카푸치노 메이커 같은 제품들이 이 트렌드를 반영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인스피리언스는 개인에 몰입하는 도시인의 특성, 특히 좋아하는 것에 열광하고 한 가지에 깊이 천착하는 마니아, 오타쿠, 폐인 문화와 연관이 깊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맥주를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고 급기야 맥주 기계를 갖춘 맥주방을 만든 것처럼 마니아 문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인스피리언스 문화를 선도한다.
집에서 손수 만든 건강한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웰빙족과도 통한다. 실제로 스파거품제조기 같은 웰빙 상품의 고급화가 인스피리언스족을 더 많이 만들어내기도 했다. 서울 송파에 사는 정씨(28)씨는 “피부관리실에 가면 비용도 많이 들고 믿을 수도 없어 집에 소규모 시설을 갖추고 직접 관리를 하게 됐다”며 웰빙의 추구가 인테리어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초고속 승진과 고소득의 출세보다 저소득의 여유로운 직장생활을 추구하는 다운시프트 트렌드도 포함된다. 집에 놀이 공간을 만들어 여가를 즐긴다는 것은 경제성을 고려하면서 여가 시간은 더 늘여보겠다는 계산이 숨어있다. 주 5일 근무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집이 일과 놀이와 자기표현의 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셈이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은 방을 세분화시킨 요인으로 인테리어 시스템의 발달을 지목하기도 했다. 특수한 용도의 방들이 이전보다 더 쉽게 만들어질 수 있게 됐다는 것. 특히 발코니의 확장은 공간의 다양화와 기능화의 실현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했다. 디지털 기기의 진화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가족실 다음으로 흔한 기능형 방이 DVD방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부분은 설명이 될 것이다.

집을 비즈니스 미팅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젊은 세대의 삶을 방식에 대해 폐쇄적이라는 비판 또한 있다. 하지만 인스피리언스족들이 꼭 개인에 몰입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족주의와 더 밀접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여기서 가족은 개인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꾸민 기능형 방이 가족실이라는 것은 이를 가장 잘 증명한다. 침실을 줄이고 방을 특수 용도로 전문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이 함께 즐기고 대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침실이 각자 자기 방에 틀어박히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조성했다면 점차 거실이 넓어지는 경향은 이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했다.
또한 집에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사람들은 사회적 유대를 소홀히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생각은 오해일 수 있다.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즐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집을 개조해 다양한 취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유행인데 이렇게 조성된 공간을 비즈니스에 이용하기도 한다. 집에 초대해 게임이나 술을 즐기며 사업적 협력을 유도하면 성공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이처럼 집의 공간이 전문화되는 경향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함축하고 있다. 한편으로 집의 엔터테인먼트화는 자판기와 오락기, 트렘플린 등으로 채워진 집을 꿈꾸던 어린시절의 욕망이 성숙을 거쳐 실현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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