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고검 김모(51) 검사(부장검사급)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별도로 수사 중인 경찰이 김 검사의 계좌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16일 "입금자에 대한 수사 기록이 없고 범죄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는 등 요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윤 부장검사는 "통상 뇌물 사건을 수사할 때 계좌 입금자나 송금자에 대한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다음 단계의 자금 추적을 허용해 준 경우가 없다"며 "영장이 필요한 이유가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김 검사의 계좌로 수억원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김 검사의 실명계좌를 추적하기 위해 검찰에 계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이 검찰에 제출한 영장 신청서에는 김 검사의 범죄 사실 외에 별도의 혐의사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 사실에는 김 검사의 차명계좌의 개설 및 수수에 대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적시됐고, 혐의 사실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55)씨의 측근 강모씨의 뇌물공여 및 수뢰 등으로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윤 부장검사는 "통상 영장 신청서는 범죄 사실과 압수수색 사유, 물건, 장소 등 4개로 구성되는데 경찰이 제출한 신청서에는 범죄 사실외에 별도의 혐의 사실이라는 것을 쓰는 등 형식적인 면에서 (기존의 영장 신청서와는) 많이 달랐다"며 "처음 보는 형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경찰의 수사 진행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윤 부장검사는 "모든 수사상황을 보고하고 지휘를 받는 것이 수사지휘권의 본질이다. 검사를 수사하더라도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며 "원칙에 맞지 않는 수사를 지속하고, 수사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등의 수사 태도가 지속될 경우 수사의 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경찰 수사를 김수창 특임검사팀에 송치하도록 지휘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번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경찰이 검찰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수사협의회 개최 등으로 가라앉았던 검·경 갈등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