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차맹기)는 14일 재야 통일·문화운동가인 김기종(52)씨를 종북주의자로 묘사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게재한 혐의(명예훼손)로 장모(66)씨를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고(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시민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김씨를 폭행하는 모습을 촬영, 종북주의자로 묘사하는 동영상을 보수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혐의다.
조사결과 장씨는 동영상을 통해 김씨를 종북자의자 등으로 비유하며 인터넷상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서울시 공무원을 만나기 위해 대한문 앞을 지나던 중 추모분향소를 설치하러 온 것으로 오해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둘러싸여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검찰은 동영상 내용과 대질심문 결과 등을 토대로 장씨의 혐의사실이 명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감안해 약식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를 폭행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중지했다.
김씨는 수사결과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할 계획이며,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서를 낼 예정이다.
재야 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 대표인 김씨는 1988년 8월 올림픽 남북공동개최를 주장하다 괴한들의 습격을 받은 이른바 '우리마당 사건'으로 유명하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창립에 기여했고, 부산영화제와 광주영화제 출범을 기획하는 등 재야에선 왕성하게 활동하는 통일문화운동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