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지난 4·11 총선 당시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희(43) 전 통합진보당 대표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측근들이 개입한 여론조사 조작을 사전에 지시했거나 사후에 보고를 받고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지만, 정황증거만으로는 사법처리하는데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대표의 측근들이 이미 구속됐거나 여론조사 조작 당일 동선이 일치하는 등 당시 정황은 의심할만하지만, 이 전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을 직접 지시했거나 관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측근들은 지난 3월17~18일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서울 관악을 선거구지역 자동응답전화(ARS) 여론조사에서 당원들에게 허위 응답을 유도하는 문자메지시 240여건을 발송했다. 또 여론조사를 앞두고 총 190대의 일반 유선전화를 개설해 휴대전화로 착신을 전환시키는 방법으로 다른 지역구 거주자 등 응답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참여토록 조작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이같은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 등을 추궁했지만, 이 전 대표는 경찰에 이어 검찰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했다.
대신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6일 측근 구속적부심때 제출한 탄원서에서 여론조작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보고받거나 내용을 인지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표에 대한 정황이나 심증은 가지만 뚜렷한 직접 증거가 부족해서 무혐의 처분했다"며 "정황과 간접증거는 많은데 그 정도만 갖고는 기소하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면 비난이 일 수 있어서 깔끔하게 무혐의로 하자는 내부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여론조사 조작에 관여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김모(44) 전 당대표비서실 정무국장을 구속 기소하고, 선거캠프 관계자 8명과 허위응답한 지지자 2명 등 1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국장은 여론조사기관 참관인으로부터 연령대별 여론조사 진행상황 정보 등을 입수한 뒤 이 전 대표의 비서관을 통해 당원들에게 응답자가 나이와 성별 등을 허위로 응답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아울러 허위응답의 정도와 죄질, 자백 및 수사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10명을 약식기소하고, 19명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소재지가 불분명한 2명은 기소중지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표의 측근인 통합진보당 대외협력위원장 이모(53)씨, 비서관 조모(38)씨와 이모(37)씨를 여론조사 과정에서 허위응답을 유도하는 문자를 전송하는 등 결과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를 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총 46명이 경선 여론조작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중 2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건 이 전 대표가 유일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 후보자 선출에 대한 참된 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실제 선거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로서 당내 경선은 물론 당대 당 경선 관련 부정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