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 지하에는 안전과 관련된 것들은 하나도 비치가 안 돼있었다. 이 사고는 인재다”
국립현대미술관 화재 사고로 동생을 잃은 유택상(50)씨는 14일 현장감식이 실시된 서울 종로구 계동 공사 현장에서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유씨는 지난달 말부터 지난 7일까지 친동생들과 이 곳에서 근무했다. 유씨가 잠시 일을 쉬고 지방에 내려간 사이 동생 유문상씨는 목숨을 잃고 유윤상씨는 부상을 당했다.
유씨는 "비상문은 단 2개밖에 없었고 유도등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지하는 미로같아서 (화재가 나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밑에서(지하 3층) 용접 작업을 했는데 (지하) 2층에는 스티로폼, 우레탄 폼 등 인화성 물질이 있었다"며 "소화기도 흡연장소 몇 군데 외에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무리한 공사 진행에 있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현장) 소장이 기성(공사 진행률에 따라 받는 공사대금) 380억원을 받기 위해 하도급 업체를 계속 추궁했고 안전관리를 무시해서 이런 사고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가 늦어지니까 계속 압박을 준 것"이라며 "야간근무를 안한다고 난리를 치고 인원 투입을 안한다고 난리를 쳤다"고 털어놨다.
유씨는 "바쁘면 준비를 해서 일을 할 수 있게 해놔야 할 것 아니냐"며 "다른 1군 건설사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여기만 이렇다. 요즘 다른곳은 안전과 복지를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 후 시공사인 GS건설 측의 수습 태도도 문제삼았다.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오익균(60)씨의 조카 최승현(38)씨는 "(GS건설은) 소장 면담도 거부하고 소장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우리가 10시30분에 (경찰과) 현장검증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GS건설은) 우리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11시에 기자회견을 잡아놨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유족들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기본적인 절차와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는 그런 부분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족들은 이날 경찰청, 소방방재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이 합동으로 진행한 현장 감식에 참여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GS건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족들과 시민들에게 깊이 사죄드리며 사고원인 규명과 사후 수습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GS건설은 용접 작업 의혹에 대해 "(사고 당일) 아침에 작업배치를 할 때 용접작업을 배치하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