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심재돈)는 14일 중소 조선업체 고려조선의 회사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자금관리 담당 임원들을 이틀째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전모 고려조선 관리상무와 전모 고려중공업 관리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회사 자금 집행과정과 거래내역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고려조선이 기상청과 해양기상관측선 '기상1호' 납품 계약을 맺은 뒤 지원받은 선급금 37억원의 구체적인 용처와 납품 과정에서 기상청에 금품로비한 의혹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려중공업의 전남 진도군 군내면 조선소 부지매입 과정에서 토지매입비를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하도급업체의 대금을 과다계상한 뒤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고려조선이 납기일(2010년 10월6일)보다 8개월을 넘긴 2011년 6월18일에 늦게 납품한 사실과 기상청이 일부 지체상금을 면제해주고 계약기간을 2차례나 연장한 점을 미심쩍게 보고 있다.
당초 납기일은 계약일인 2009년 5월부터 510일이었지만, 기상청은 강우와 태풍 등 예상치 못한 기상상황을 이유로 들어 고려조선 측에 납품 기일을 연기해줬다.
검찰은 납품 기일을 위반했음에도 국가계약법에 따라 계약을 중도 해지하지 않고 기상청이 계속 납품 계약을 유지한 점, 산하기관(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통해 기상장비를 구입해오던 관행과는 달리 기상관측선 건조사업의 경우 직접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기상청 고위 간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특히 전모(58) 고려조선 대표가 납품기한을 넘겨 지체상금 16억여원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이자 기상청에 금품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모(57) 전 기상청장은 선박 발주나 입찰 과정에서 로비나 금품수수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고려조선과의 입찰과 납품 과정에 참여했던 기상청과 조달청 직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기상청 관계자는 "계약기간의 연장은 기획재정부 회계예규(물품구매(제조)계약일반조건) 등에 따라 적법하게 연장했으며, 지체상금도 적법하게 처리했다"며 "기상산업진흥원을 통한 대행역무사업(장비구매업무 등)은 2010년도부터 시행한 것으로 기상관측선을 계약할 당시인 2009년에는 기상청에서 직접 구매사업을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고려조선 사무실과 이 회사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 자택, 기상청 해양기상과 사무실, 전모 전 기상청장 자택 등 3~4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기상1호의 공정 과정을 감리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의 H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고려조선은 1989년 목포에 설립돼 여객선, 어업지도선 등을 만들어온 연매출 200억원대 소규모 조선업체다. 2007년부터 전남 진도에 600억원을 투자해 조선소 설립을 추진했으나 경기불황 등의 여파로 부도 위기에 직면해 올해 초부터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