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4일 정권 실세 로비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구속기소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6억달러 상당의 2차 수출보증보험 인수한도 관련 사기 혐의와 상생협력자금 476억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1억원 상당의 뇌물을 준 혐의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분식회계와 허위서류 등으로 확보한 470억여원의 공적자금을 사업 기초자금으로 활용했다"며 "이는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는 행위로 어떤 명분이나 성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이 회장은 내부 문제를 돌아보지 않은 채 SLS조선이 워크아웃이 된 원인으로 정치세력의 부당한 개입이나 수사기관의 무리한 조사를 주장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이나 해결수단의 선택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 전 차관에게 장기간에 걸쳐 1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공여한 것도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이 회장에 대한 6억달러 상당의 1차 수출 보증보험 인수한도 책정과 관련한 사기 혐의와 SLS조선의 선박건조자금 횡령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수출보증보험 사기 혐의에 대해 "회계 기준에 벗어난 자금계상으로 인수한도를 6억달러로 책정되게 했다고 하더라도 당시 회계 법인의 자문을 거쳤고 오션탱커스와 수출 계약을 맺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특별히 편취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박건조자금 횡령에 대해 "수출보증보험에서 SLS에 제공한 선수금은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돈이라고 볼 수 없고, 불법 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신재민(54·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네고 회사 돈을 빼돌려 1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또 SLS그룹 자산인 120억원대 선박을 정권 실세와 연관이 있다는 대영로직스에 넘겨 재산을 은닉하고, SP로지텍이 부실한 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토록 해 회사에 수십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이날 이 회장의 불법 행위에 공모한 혐의(강제집행면탈 등)로 기소된 대영로직스 문환철(43)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7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으로부터 로비자금을 받은 금액이 거액이고 실제 유력 정치인의 보좌관 등과 면담을 주선해 준 점 등이 인정된다"며 "불법적인 수단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등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문 대표는 이 회장을 상대로 정권 실세에게 구명 로비를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7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기는 한편 이 회장의 계열사 자산인 120억원대 선박을 대영로직스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 전 차관은 이날 오후 징역 3년6월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1억1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