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구체적인 설명에 담담한 표정, 태연하게 범행을 재연하는 상황까지….
8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근린공원. 대학생 김모(20)씨를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을 받고 있는 이모(16)군과 윤모(18)군은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재연했다.
남색 긴팔 티셔츠에 보라색 모자를 푹 눌러쓴 이군과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검은 모자를 쓴 윤군은 범행현장에 도착하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경찰 30여명과 인근 주민들,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하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현장검증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찰들이 공원 입구 계단 양쪽에 늘어서 길을 터 주자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범행현장인 계단 위쪽으로 향했다.
이따금씩 당시 상황을 묻는 경찰의 질문에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자세히 설명하다가도 범행 동기나 현재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들은 1시간가량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면서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연했다.
윤군은 공원 안쪽 나무계단 앞에서 검은색 가방에 들어있던 주황색 노끈 두개를 꺼내 이군과 나눠 가진 뒤 계단 위로 올라가 사람들이 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모습부터 재연했다.
이내 윤군은 노끈을 이용해 마네킹 뒤에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이군은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흉기를 꺼내 마네킹을 수차례 찔렀다. 이어 윤군이 가방에서 둔기를 꺼내 마네킹의 머리를 수차례 내려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들은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네킹을 연신 발로 툭툭 차며 둔기로 여러차례 내려쳤다. 이후 이군이 마네킹의 팔을 잡고 윤군은 다리를 잡은 상태로 나무계단 옆 풀밭으로 마네킹을 옮겼다. 이들은 발로 마네킹을 차 언덕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트린 뒤 둔기 등을 수건을 닦고 가방에 넣었다.
계단을 내려온 이들 가운데 윤군이 화장실에 들어가 가방에서 꺼낸 둔기를 수건으로 감쌌다가 주택가로 가면서 버렸다. 그리고 마네킹쪽으로 다시 올라가 자신의 휴대폰을 찾아 내려오면서 현장검증이 마무리 됐다.
인근 주민들은 "용의자들이 진짜 10대가 맞냐"며 경악했다.
주민 김모(39)씨는 "집 앞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니 무섭고 떨린다"며 "10대들이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서모(25)씨는 "무서운 일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라며 "아무리 철없는 10대라고 하지만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다른 주민 김모(47)씨는 "10대들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벌였다는데 할 말을 잃었다"며 "세상이 이렇게 무서워서 어떻게 마음놓고 다닐 수 있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을 끝으로 수사를 마무리 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