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은 30일 "실추된 명예와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뼈저린 반성과 진지한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열고 "저는 비록 떠나지만 경찰 조직은 영원하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새롭게 힘을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청장은 "우선 실추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는 경찰의 생명이자 혼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생각을 담은 경찰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가 그토록 강조했던 '주체성'과 '정체성'을 확립해 명실상부한 안전과 인권의 수호자로 우뚝 서야 한다"며 "보다 성의있는 업무자세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경직된 사고와 낡은 의식을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도 선구자가 돼야 한다"며 "강자에게 추상같이 당당하면서도 서민의 아픔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따뜻한 경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편법과 반칙에는 엄정히 맞서되 다양한 목소리가 법질서의 틀에서 공존할 수 있도록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우리 사회의 신뢰를 높이는데도 앞장서야 한다"고 전했다.
조 청장은 또 수사구조개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조직이기주의'나 '제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경찰 조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수사구조개혁은 사법정의실현을 열망하고 있는 국민입장에서도 꼭 해결돼야 할 과제"라며 "특히나 수사구조개혁과 경찰력 증원은 '조직이기주의'도 '제 밥그릇 챙기기'도 결코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조 청장은 "경찰은 열배, 백배의 성과를 창출해 최고의 치안서비스로 화답할 것"이라며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여러분에게 짐만 남겨 놓고 떠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여러분을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국민신뢰 확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던 인사비리·부정부패·인권침해의 관행을 기적처럼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인사를 둘러싼 추문은 사라졌고 이제 누구에게나 인사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며 "'국민중심 활동'과 '현장존중'이 치안행정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G20과 핵안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뒷받침했다"면서 "조폭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고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일진 등 조직화된 폭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숙한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으며 전의경 가혹행위도 근절시켰다"면서 "57년만에 처음으로 수사주체성을 인정받았으며 경감 근속승진, 대규모 직급조정과 파격적인 초과근무수당을 증액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회정의와 경찰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부정부패 척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조 청장은 "어떤 국가기관도 손대지 못했던 '룸살롱황제' 이경백을 구속시켰던 것도 우리 경찰"이라며 "이경백과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파면·해임 6명을 포함해 40명을 징계했을 만큼 곪은 살을 스스로 도려냈던 것이 바로 경찰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