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23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사건 관련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비서관은 2008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사찰은 부인했지만, 사찰 관련자료의 증거인멸을 지시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8월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함구하는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건넸다가 최근 돌려받았다. 또 2009년 8월부터 2년간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에서 매월 200만원씩 상납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장 전 주무관이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증거인멸과 관련된 연락수단으로 사용한 대포폰도 이 전 비서관 명의로 된 것이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20일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저는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내가 증거인멸을 지시한 만큼 몸통은 바로 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나 선의로 준 것일 뿐 입막음용이 아니다"며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선의의 목적으로 건낸 것이고 최근에 돌려받았다"고 대가성을 부인한바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지원관은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기획·실행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책임자로 사찰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과정에도 깊숙히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부하 직원인 진경락 기획총괄과장과 장 전 주무관의 증거인멸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치밀하게 지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전 지원관은 불법사찰 혐의로 2010년 8월11일 구속 기소된 뒤 같은해 11월15일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4월12일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복역 후 출소했다.
검찰은 또 이날 장진수 전 주무관의 전임자인 김모 주무관과 돈 전달자인 공인노무사 이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노무사는 2010년 8월 이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인물이며, 김 주무관은 후임자인 장 전 주무관에게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중 280만원을 매월 청와대에 상납토록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만 장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최 전 행정관의 경우 국내에 주거지가 없는 점을 감안해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최 전 행정관은 지난해 8월 미국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 주재관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이며, 최근 검찰에 소환조사에 응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사찰관련 자료 등 압수물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최 전 행정관, 이 전 비서관 등 관련 인물들을 차례대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전 비서관과 같은 핵심 인물에 대해선 필요할 경우 민간인 사찰 지시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행정관뿐만 아니라 진 전 과장이나 이 전 지원관 등에 대한 소환여부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전 비서관은 증거인멸뿐만 아니라 사찰지시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