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해당 부지에 있던 양어장의 비단 잉어들을 옮기다 집단 폐사시키는 바람에 거액을 물게 된 SH공사가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엎고 승소했다.
오히려 법원은 해당 양어장 주인이 SH공사에 "수천만원대의 보관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며 SH공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23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양어장 주인 박모(62)씨가 SH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SH공사가 박씨를 상대로 낸 보관료상환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취소하고 박씨가 SH공사에 7222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소유자가 행정대집행 종료 이후에 해당 지장물을 인수하지 않았을 경우 보관 비용은 사무관리비용으로서 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며 "SH공사 측이 3개월 간 비단잉어 등을 보관한 비용 7220만원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SH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박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SH공사는 나름대로 자진의무 이행기간과 대집행일자를 결정해 통지하고 집행을 실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또 대집행을 실행하는 데에 고의나 주의 의무를 결여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씨는 대집행 일자를 통보받고서도 이전까지 양어장에 먹이를 살포해 이동 과정에서 비단잉어 등의 배설물을 쌓이게 해 신진대사 불량을 촉진시켜 추가 폐사를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SH공사는 2008년 9월 양천구에 국민임대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해당 부지에서 양어장을 하던 박씨에게 1억1286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한 박씨가 자진 이전 촉구에도 비단잉어들을 옮기지 않자 SH공사는 양천구청장으로부터 대집행계고서 등을 발부 받아 강제 이전에 나섰다.
이후 SH공사는 12억여원에 달하는 비단잉어들을 옮기는 작업을 용역업체에 맡겼고, 해당업체가 이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90% 정도가 폐사됐다.
이에 박씨는 "양어장 이동과정에서 주의소홀로 비단잉어가 집단폐사했다"며 SH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SH공사는 "오히려 보관 비용이 들었다"며 보관료상환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SH공사는 비단잉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비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등 충분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과실이 인정된다"며 "비단잉어 평가 금액의 90%인 11억3500만원을 박씨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