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들이 범죄에 사용할 통장을 만들기 위해 10대들까지 범행에 동원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친구들의 명의를 도용해 학생증을 위조하고 대포통장을 발급받는 등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김모(17)군 등 고교생 5명을 위조사문서등의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군은 최모(17)군 등 친구 4명과 함께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학교 친구 10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학생증 217매를 위조한 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에 활용될 대포통장 70여매를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군 등은 발급받은 대포통장을 공범이 지정한 필리핀 모처로 발송했고 그 대가로 여관비·찜질방비·식사비·피씨방비 등으로 쓸 35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 등은 "대포통장을 만드는 아르바이트가 있는데 통장과 체크카드를 만들어주면 건당 5만원을 주겠다"는 보이스피싱 통장 위조책의 꾐에 넘어가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군 등을 검거한 경찰은 명의를 도용당한 김군의 친구들에게 인적사항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본인이 발급받지 않은 통장을 속히 부정계좌로 등록하라"고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노숙자를 끌어들여 대포통장을 만들던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이제는 10대 학생들에게까지 접근하고 있다"며 "김군 등을 범행에 끌어들인 40대 위조책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