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파견된 국내기업 이사가 부하직원들과의 불화로 해고된 뒤 앙심을 품고 현지 조직폭력배를 동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D물산 베트남 현지 지사 책임자로 고용된 남모(45) 이사는 정모(47)씨 등 한국인 부하직원 4명과 잇따른 불화로 지난해 10월 강제 퇴사를 당했다.
베트남어 구사능력이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
원한을 품은 남씨는 자신이 고용했던 베트남인 직원 D씨 등 3명과 공모, 자신을 괴롭혔던 한국인 직원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남씨는 D씨를 통해 알게 된 현지 폭력배 9명에게 지난해 10월20일 4~5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2000만동(약 100만원)을 건네며 "한국인 직원들을 폭행하라"고 지시했다.
의뢰를 받은 조폭들은 이튿날 오후 9시께 베트남 하노이 인근 도로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한국인 직원 4명을 덮쳤다.
오토바이 3대에 나눠 탄 폭력배 9명은 택시를 가로막고 택시기사를 위협해 자동차 키를 뺏었다.
택시에서 탈출하려던 한국인 직원들은 붙들려 구타를 당했다. 손바닥 크기 돌로 얼굴을 맞는가하면 발로 온몸을 짓밟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코뼈 함몰, 손가락뼈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조폭들은 달아나는 한국인 직원들을 100m 가량 오토바이로 뒤쫓으며 칠 듯이 위협하는 등 수차례 폭행하기까지 했다. 남씨는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모두 지켜봤다. 사건 후 약 2개월이 지난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남씨는 인터넷으로 현지 직원들을 협박했다.
귀국한 남씨는 지난해 12월17일께 서울 강북구 번동의 한 여관 객실 내 컴퓨터를 켠 뒤 "맞은 곳은 괜찮냐" "베트남을 떠나지 않으면 하노이 시내를 걸어서 못다니게 해주겠다" "올해 안에 공장을 철수치 않으면 묻어버리겠다" 등 내용의 베트남어 이메일을 베트남에 있는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한국인 직원 중 1명은 사직서를 내고 귀국했고, 현지에 남아있는 직원들도 추가 보복을 염려해 외출을 삼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거지와 사무실 주변에 잠복한 끝에 최근 남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현재 남씨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집단·흉기 등 상해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상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남씨와 공모한 베트남 지사 직원 D씨 등 3명 역시 현지에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와 국내 간 화폐가치 차이 때문에 남씨는 적은 돈을 지불하고도 폭력배들을 쉽게 동원할 수 있었다"며 "폭력배들도 이 사건을 큰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별다른 죄의식 없이 흉악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베트남 현지 경찰과 공조해 D씨 등 베트남인 직원들이 범행에 가담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아직 붙잡히지 않은 현지 폭력배들도 검거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