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모 중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이 왕따를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가해학생들의 집단 괴롭힘 행태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7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S중학교 2학년 A(당시 14세)군 등 8명은 동갑내기 김모(14)양과 같은 반에 배정됐다.
속칭 '짱'으로 불리던 A군과 그의 친구들은 자신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김양에 대해 불만을 품고 혼을 내주기로 뜻을 모았다.
학기 시작 후 2개월쯤 된 지난해 4월25일 A군과 B군은 교실에서 'XX년'이라고 욕을 하며 필통과 주먹으로 김양의 머리를 때렸다.
이에 김양의 부모는 교장실을 찾아가 가해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양의 부모가 교장실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A군 등은 이후 '고자질쟁이'라고 김양을 놀리며 왕따를 시키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학교에서 무슨 일 생기면 부모에게 이르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애가 있네, 그 아인 이제 죽었네"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동조와 침묵을 강요했다.
이후 A군 등 8명은 11월까지 김양을 수시로 괴롭혔다. 어깨·머리·배 때리기, 물 뿌리기, 책상서랍에 물 붓기, 밥 못 먹게 하기, 넘어뜨리기, 손거울 훔치기, 과자 훔치기, 휴대폰 숨기기 등 괴롭힘 행동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해 11월18일 점심시간, A군과 B군, C군 등은 김양을 불러 세워놓고 빙 둘러싼 뒤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전날 체육시간에 담장으로 넘긴 공을 주워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우리에게 붙어있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더럽게 냄새 난다" "X같은 년, XX년" 등 욕을 하며 수차례 김양을 폭행했다.
이 사건 후 굴욕감을 견디지 못한 김양은 같은날 오후 10시30분께 양천구 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양이 죽기 전 남긴 메모에는 '그래 내편은 아무도 없어' '그냥 나 죽으면 모든 게 다 끝이야' '내가 나만 죽으면 다 끝이야' 등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후 수사에 착수한 서울 양천경찰서는 2개월여에 걸친 조사 끝에 가해학생 8명을 공동폭행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이 가운데 김양이 유서를 통해 지목한 3명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상황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당시 담임교사 안모(40)씨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는 김양의 부모로부터 4차례에 걸쳐 폭행 피해 내용을 신고 받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 받았다"며 "그런데도 안씨는 김양의 서면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안씨의 혐의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법원은 가해학생 3명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일부 축소하긴 했지만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검토해봤을 때 폭력성이 두드러지진 않았다"며 "이들 3명이 범죄전력이 없는 만 14세 학생들이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번 사건을 송치 받아 수사한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