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 준비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는 2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공동 연구 개발한 '메트라이프 통합은퇴준비지수(MIRRI)' 발표하며 국내 베이비부머(연령 49~57세)들의 은퇴준비 점수를 100점 만점에 62.22점으로 평가했다.
이번 공동연구 책임자인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전체적인 은퇴준비정도는 낙제점에 가까운 62점이었고, 특히 재무준비가 가장 낮다"면서 "국가와 개인 차원의 대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점수 결과를 각 영역별로 살펴보면, 사회적 관여(68.62점) 영역에서 은퇴준비 점수가 가장 높고, 건강(66.36점), 심리(61.3점), 재정(52.6점) 영역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정 영역은 50점 초반에 불과해 준비가 가장 미흡했다.
한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은퇴 후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은 은퇴연령을 평균 62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기업의 정년이 55세 전후로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부각됐다.
아울러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준비유형은 준비상태 양호형(14.7%), 평균형(45.8%), 준비부족형(25.8%), 사회적관계 취약형(10.1%), 고위험형(3.6%)으로 크게 5가지로 분류됐다.
유형별 특성을 보면 준비상태 양호형은 5가지 유형중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가구 소득이 높고, 정규직의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상 은퇴시기까지의 기간(은퇴 연령과 현재 연령간의 차이)이 5년 이내인 사람들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준비부족형은 교육수준과 가구소득이 5가지 유형 중 4번째로 평균형에 비해 정규직의 비율이 낮고, 실직 및 경력 중단자의 비율이 다소 높아서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갖고 있었다.
사회적관계 취약형은 전체 은퇴준비지수가 준비부족형과 유사한데 교육수준과 가구소득이 3번째이며, 평균형에 비해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
전체 은퇴준비지수가 가장 낮은 고위험형은 교육수준과 가구소득이, 정규직 비율이 평균형에 비해 낮고 실직 및 경력중단자의 비율은 매우 높은 특성을 보였다.
또 예상되는 은퇴까지의 기간이 5년 이내인 사람들의 비율이 매우 낮으며, 남성의 비율이 다소 높고 배우자가 없는 사람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메트라이프 통합은퇴준비지수는 은퇴준비가 재무적 준비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유형별 현황에 따라 국가와 개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트라이프 통합은퇴준비지수'는 우리나라 중년층으로서 대표성을 가지는 베이비부머 3783명의 대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재정적 영역은 물론 건강, 심리, 사회적 관여의 4가지 영역을 포괄해 지표화한 국내 최초의 통합적 은퇴준비 지수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발표되었던 은퇴준비지수들이 주로 재정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과 소규모 임의 샘플링이라는 제한점이 있음을 고려해 볼 때, 대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통합적 지표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지수의 한계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종운 메트라이프생명 대표는 "이번 연구결과를 올해 미국에서 개최되는 미국노년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으로 한국, 미국, 영국 등 각 국가간 베이비부머 비교 연구를 위한 논의가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