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기습처리한 가운데 야권이 23일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를 비롯해 행정안전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소위 등 모든 상임위 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던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개회 직후 정회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정갑윤 위원장을 비롯한 장윤석 구상찬 배영식 백성운 이종혁 의원만이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갑윤 위원장은 "집을 잠시 비운 식구를 기다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기다리겠다"며 "야당 의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보고 의사 일정 상정을 유보한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앞으로 예결 소위 일정에 관해 민주당 강기정 간사와 계속 대화하며 국민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상찬 의원은 "기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실 예산심사가 되기 쉬우니 야당이 국민의 삶을 위해 예산 심사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했고, 이종혁 의원은 "국회 예산 처리가 늦어지면 각 지역 국민들을 위한 시급한 예산이 전부 지연된다"며 "우리도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백성운 의원은 "국민을 생각한다면 예산심의에는 참석해달라"고 말했고, 배영식 의원 역시 "정치 사안과 민생 예산은 별개"라며 회의 참석을 촉구했다.
앞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은 FTA 비준안에 대한 전면 무효와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