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가 심상찮다.
정치권에선 그의 주식 지분 절반인 1500억원대 사회 환원을 대선 주자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원장은 지난 14일 1500억원에 달하는 자신 소유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지난 10·26 재보선 이후 "학교일도 바쁘다"며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일절 삼가해 왔다. 그런 안 원장이 갑자기 일부 재산의 사회 환원이라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그의 정치 행보가 시작됐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10·26 재보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편지 정치'를 선보인 바 있는 안 원장은 이번 재산 사회환원에서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사실상 대국민 메시지를 담았다.
안 원장은 이메일에서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유례가 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는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다"며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많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도 필요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며 재산 사회 환원의 이유를 밝혔다.
또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 왔다"며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이 같은 재산의 사회환원은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여야는 정치적 출사표로 해석하고 있다.
재산 사회 환원을 결정한 '타이밍'이 대선 1년여를 남긴 시점이라는 점과, 정치권이 쇄신과 통합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이른바 '정치 혼란기' 속의 국민적 관심을 이끌만한 더 큰 정치를 결행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안 원장은 기득권을 버리면서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영향력을 구축하고 있고, 상당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며 "본인이든 지원이든 간에 영향력 구축을 위한, 내년 대선을 향한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가 처음이 아니지 않느냐"며 "돈 많은 사람이 기부하면 좋은 것이고, 선행을 했으니까 칭찬해야만 왜 지금 시점에 했는지, 그게 정치판에 나서기 위해 하는 것인지 하는 것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소위 '정치의 계절'에 접어든 터라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사회 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안 원장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 원장은 안철수연구소 대주주로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재산은 자신의 보유 지분 37.1%(372만주) 가운데 절반으로 1514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