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MB' 뜻대로 됐다." 9일 이강덕(50) 경기경찰청장의 서울경찰청장 내정을 두고 경찰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내정자의 서울청 입성은 최근 2년 동안 경찰 안팎에서 끊임없이 새어나온 시나리오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내정자는 치안정감 인사때마다 서울경찰청장 하마평에 올랐다.
경찰보직 중 최상위는 물론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차관급)이다. 하지만 최대 치안수요지역인 서울의 경찰조직을 관장하는 서울경찰청장(1급)도 '1인자 못지않은 2인자'란 소리를 듣는다.
서울청장 자리는 경찰청장이라는 '대권'을 노려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를 두고 이 대통령이 이 내정자를 차기 경찰총수로 점찍었다는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경찰내부에서는 같은 경찰대 1기출신 동기생으로서 자신과 함께 매번 승진경합을 벌였던 윤재옥 전 경기경찰청장이 지난해 경찰옷을 벗은 것을 두고 권력핵심부가 이 내정자 앞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설이 적지 않았다.
이 내정자와 이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는 현 정권 출범초기때부터 회자됐다. 이 내정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근무한 뒤 청와대 치안비서관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사석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덕아"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신임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정자는 경찰내부에서 리더십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이면서도 평소 언행을 조심하고, 수하를 챙기는 마음씀씀이가 돋보인다는 평이다.
이같은 사정을 살펴보면 경찰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 내정자의 개인적 능력과는 별개로 이번 인사를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상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 정부 들어 공직 사회에서 흔히 영일·포항 출신은 '성골', 대구·경북 출신은 '진골'로 불린다.
이 내정자는 이른바 '성골' 인맥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그가 경찰 최고 핵심부에 진입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찰과 권력간의 밀착을 의미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가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으로 정국을 흔들었던 이른바 '영포회 논란'의 핵심인물로 지적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지적은 내년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1기 출신의 존경받는 이의 첫 서울경찰청장 진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영포회와 무관치 않은 인물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상존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에 이어 서울치안조직의 총수가 역시 정권 핵심부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낙점된 것은 무엇보다 레임덕을 최대한 지연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9일 서울경찰청장에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을, 경기경찰청장에 이철규 경찰청 정보국장을, 경찰대학장에 강경량 전북경찰청장을 각각 내정했다.
경찰청은 이날 서울청장을 비롯해 경기청장, 경찰대학장, 부산청장 등 치안정감급 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경찰대학장에 강경량 전북청장이 경기청장에는 이철규 경찰청 정보국장이 각각 승진 발령됐다. 내년에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직급이 격상되는 부산청장에는 서천호 현 청장이 승진·유임됐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경찰대 2기)도 유임됐다. 이성규 현 서울청장과 손창완 경찰대학장은 퇴임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