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정권실세에게 수년간 뇌물을 제공해 왔다고 주장해온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3일 검찰에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이날 이 회장을 상대로 정권실세 뇌물공여 의혹과 SLS그룹 기획수사 논란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검찰은 또 박영준(51)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곽승준(51) 미래기획위원장, 임재현(42)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 등이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 등이 담긴 가방 2개를 들고 출두한 이 회장은 취재진에게 "참을성과 인내의 끝에는 진실이 있고, 진실의 끝에는 변화와 개혁이 있다"며 "검찰에서 진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증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사찰, 기획수사, 회사강탈 등과 관련해 이국철과 SLS를 죽이기 위한 공문들, 신 전 차관에게 지원한 (법인)카드 사용명세 자료, 신 전 차관이 사용한 SUV 차량의 렌터카 비용을 대납한 자료 등을 가지고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차장과 술자리에 동석했던 일본 지사장 권씨의 연락처, 신재민 차관과 술을 마신 곳의 연락처 등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한 "SLS그룹을 공중분해시키려던 산업은행 진주지점이 본점으로 올려 보낸 내부서류도 갖고 있다"며 "2조원짜리 선박 수주건을 취소시키는 대신 국가예산 1조를 선주들에게 반환한 자료, 3200억원대 부품을 고철로 처리한 자료 등도 준비했다"고 말한 뒤 12층 수사팀으로 향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1일 언론을 통해 신 전 차관에게 9년여간 10억원 이상을 건넸다고 주장한 데 이어 박영준 전 차장, 곽승준 위원장, 임재현 비서관에게도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회장은 또 지역언론사 출신 사업가 이모씨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58) 법무부 장관에게 구명을 부탁했다고도 말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한 기획수사로 회사를 빼앗겼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줬다는 해외법인카드의 사용내역 일부를 증거자료로 공개하는가하면 신 전 차관이 2008년 5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이 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이 회장이 뇌물을 건넨 대상으로 지목된 박영준 전 차장은 이날 오전 16만1900엔이 계산된 신용카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하며 "이 회장과는 모르는 사이고, 2009년 5월22일 일본 출장 당시에도 SLS측 인사와 만나기는 했지만 식사비용은 지인이 냈다"고 이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