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7일 부실·불법대출을 일삼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을 본격적으로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종착역이 될지, 아니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숨겨진’ 인물이 더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이날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구속기소) 부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갑원(49) 전 민주당 의원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서 전 의원을 상대로 2008년 10월 전남 순천시내에 있는 박형선(59·구속) 회장의 별장 앞에서 김 부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돈을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이날 대검찰청 민원실을 통해 조사실로 들어간 서 전 의원은 “돈 받은 적 없다. 보도된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부회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 몇번 만난 적은 있다. 그것도 아는 사이라면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은 장소로 지목된 박 회장의 별장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밝혔고, ‘박 회장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아는 사이”라며 “민주화운동으로 징역을 산 선배”라고 답했다. 서 전 의원은 2008년 10월 전남 순천시내 박 회장의 별장 앞에서 김 부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의원은 박연차(66)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한화 6000만원, 미화 2만달러 등 불법 정치자금 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200만원)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도 이날 신삼길(53·구속기소) 명예회장으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성진(58) 전 한나라당 의원을 소환해 조사했다.
공 전 의원은 2005~2008년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여동생을 통해 매달 500만원씩 총 1억8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검찰에 출두한 공 전 의원은 “참고인 신분으로 왔냐”는 질문에 “네”라는 답과 함께 “조사가 끝난 뒤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공 전 의원은 2008년 경기도 안성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공모 회장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이달 9일 대법원의 당선무효형(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한편 삼화저축은행 측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임종석(45) 전 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28일, 늦어도 29일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의원에게 내일(28일) 나오시라 했는데, 모레(29일) 나오겠다고 한다”며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